나는 늘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분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내가 증명해야 할 이유들이 줄지어 따라붙었고,
나는 마치 그분의 기대가 내 삶의 나침반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급하게, 아둥거리며 살아갔다.
그런 나를 보며 할아버지는 말했다.
“너는 너무 지독하게 산다.”
그리고 “불쌍하다”고도 하셨다.
나는 그 말이 마음 깊이 박혀서 오히려 더 견딜 수 없었다.
내가 그토록 애써 이뤄보려 한 삶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고통의 연속으로 비쳐졌다는 사실이.
하지만 나는 결국
내가 꿈꾸던 그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채,
그분을 떠나보냈다.
그 순간, 세상이 무너졌고
나는 방향을 잃은 작은 배처럼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이 2년 가까운 시간을 흘려 보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사랑이었다.
내가 할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분 앞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고 싶었고,
내 삶이 자랑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내가 놓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살아있는 순간 나눌 수 있었던 마음이었다.
지금에서야 나는 이해한다.
할아버지가 바랐던 것은
성공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이었고,
그분과 함께한 시간 자체가 이미 충분한 의미였다는 것을.
2년의 절망은,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삶은 반드시 무언가를 증명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며,
때로는 이루지 못한 채 끝나는 이야기조차도
우리에게 깊은 성찰과 회복을 남긴다.
그분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공백은
이제 내 안에서 방향이 아닌 깊이로 바뀌어가고 있다.
나의 조급함이 지나간 자리에
비로소 내 시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