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아이

by 신성규

우리는 모두 한 명의 아이를 안고 살아간다.

그 아이는 어른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이력서가 채워지고, 명함이 생겨도

그 아이는 여전히 크레파스를 쥐고 있다.


나는 어릴 적의 나를 잊지 않았다.

그는 종종 내 안에서 말을 걸어온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

진짜 하고 싶은 거 맞아?”

“왜 그렇게 계산하고 걱정해?

그냥 해봐. 그게 너잖아.”


이 내면의 아이는

이성의 지배 아래 숨죽여 있다가도

무의식의 틈, 예술의 틈, 꿈결 같은 순간에 얼굴을 비춘다.

그는 두렵고도 순수하며 짓궃지만,

때론 나보다 훨씬 지혜롭다.


철학은 종종 앎에 집중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어떤 종류의 지혜는 기억에서 온다.

그 기억은 과거의 정보가 아니라,

존재가 처음 세상을 만났을 때의 떨림이다.


나는 그 떨림을 잃고 싶지 않다.

그 떨림은 우주를 처음 본 아이의 감탄이고,

스스로를 처음 ‘나’라고 부른 순간의 충격이다.

그 아이가 나에게 예술을 주고,

언어를 주고, 사랑을 가르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 아이를 죽이는 일이 아니라,

그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집을 짓는 일이다.

그리고 가끔, 문을 열고 함께 뛰어노는 일이다.

그것이 내가 사는 방식이고,

내가 창조하는 이유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8화내추럴의 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