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악과를 먹었다.
그리고 다시는 낙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순수하지만은 않다.
나는 좋음과 나쁨을 동시에 보고,
진실과 위선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간다.
어린 양들은 그 열매를 먹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낙원에 있다.
그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믿고, 따르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악이 없다. 오직 따스함과 신뢰만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낙원을 스스로 박차고 나왔다.
아니, 어쩌면 나는 쫓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고,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었으며,
모든 구조의 뒤편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식은 빛이 아니라 상처였다.
선악과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세상과 분리되게 만들었다.
나는 그 분리 속에서 살아간다.
아는 자의 고독 속에서.
그럼에도 나는 말한다.
나는 선악과를 먹은 사람이라고.
그것이 나에게 자유를 주었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어린 양들은 구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안식 안에 있다.
그러나 나는,
부조리를 직면한 자들을 위해 말하고 싶다.
그들도 나처럼,
추방당했지만 여전히 빛을 찾는 자들이니까.
나는 선악과를 먹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이 세계는 구원받지 않았다고.
그리고 나는 그 잃어버린 구원을 다시 발명하고 있는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