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런 데가 있다.
분명히 별다른 건 없는데, 묘하게 공기가 걸린다.
매매하는 집의 안 구석, 동네의 오래된 골목,
또는 산 중턱 같은 데.
그곳에선 숨을 쉴 때 뭔가 걸린다.
내가 숨을 쉬는 건지,
누군가의 숨결에 내 호흡이 섞이는 건지.
이상하게 마음이 쿡 내려앉는다.
어릴 때부터 난 이런 데를 잘 느꼈다.
새로운 집에 들어섰을 때,
“여기 뭔가 이상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가
그저 말없이 조용히 손을 씻었다.
이건 귀신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인간적인 감각이다.
누군가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거나,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감정 같은 거.
그 잔향, 그 기운 같은 게 공기 사이사이에 남아 있다.
그것들이 내 감각을 건드리는 거다.
나는 이런 걸 느끼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조용히 느낀다.
다 말하면 이상한 사람 되는 거니까.
하지만 분명히 있다.
소리 없는 공명의 흔적,
어디에도 적히지 않은 이야기들이.
세상엔 말보다 먼저 존재하는 감정이 있다.
빛보다 먼저 느껴지는 어둠이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나는 그걸 안다.
그리고, 가끔은
그 감각이 나를 이끌기도 한다.
그곳은 나를 놀래킨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귀 기울인다.
그런 곳엔 분명히 뭔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