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은 무의식에 남는다

by 신성규

진짜 사랑은 끝난 뒤에도 남는다.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아도,

그 이름을 지워도,

그 얼굴이 흐릿해져도,

어딘가 내 행동의 패턴이 바뀌고,

내 말투가 바뀌고,

내 고독의 방식이 달라진다.


그게 진짜 사랑이다.

무의식을 침범한 사건.

더는 내 의지가 통제할 수 없는 차원까지

흘러들어가 나를 바꿔버린 감정.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정리되지 않고,

끝맺지 않고,

의미화되지 않은 채로

존재의 저편에 남는 감촉.


사람들은 이별 후 사랑을 정리하려 한다.

의식 속에서 정리되는 사랑은

사실 그렇게 깊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사랑은

정리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고,

내가 왜 이런 감정을 여전히 갖고 있는지조차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은 무의식이 된다.

나는 더 이상 그 사람과 사랑하지 않지만,

그 사람 이후의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어떤 말투,

어떤 표현,

어떤 시선,

어떤 음악의 잔향,

어떤 계절의 냄새 속에

그 사람은 의식 없이 재생된다.


그리고 나는 문득

내가 아직 그 감정 안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건 다시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그 사랑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이다.


사랑은 지나가지 않는다.

진짜 사랑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기억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존재의 방식으로 남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내가 한 사랑은 끝났지만,

그 사랑은 내 안에 끝나지 않았다.

그 사랑은 나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그 사랑 이후의 내가 되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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