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은 끝난 뒤에도 남는다.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아도,
그 이름을 지워도,
그 얼굴이 흐릿해져도,
어딘가 내 행동의 패턴이 바뀌고,
내 말투가 바뀌고,
내 고독의 방식이 달라진다.
그게 진짜 사랑이다.
무의식을 침범한 사건.
더는 내 의지가 통제할 수 없는 차원까지
흘러들어가 나를 바꿔버린 감정.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정리되지 않고,
끝맺지 않고,
의미화되지 않은 채로
존재의 저편에 남는 감촉.
사람들은 이별 후 사랑을 정리하려 한다.
의식 속에서 정리되는 사랑은
사실 그렇게 깊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사랑은
정리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고,
내가 왜 이런 감정을 여전히 갖고 있는지조차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은 무의식이 된다.
나는 더 이상 그 사람과 사랑하지 않지만,
그 사람 이후의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어떤 말투,
어떤 표현,
어떤 시선,
어떤 음악의 잔향,
어떤 계절의 냄새 속에
그 사람은 의식 없이 재생된다.
그리고 나는 문득
내가 아직 그 감정 안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건 다시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그 사랑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이다.
사랑은 지나가지 않는다.
진짜 사랑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기억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존재의 방식으로 남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내가 한 사랑은 끝났지만,
그 사랑은 내 안에 끝나지 않았다.
그 사랑은 나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그 사랑 이후의 내가 되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