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과거엔 전위였지만, 더 이상 아방가르드가 아니다.”
이 단순한 명제는 아방가르드라는 개념의 본질적 모순을 드러낸다.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것,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것,
시장의 감각보다 앞서가는 감각이다.
그러나 이 감각이 다수에게 받아들여지는 순간,
즉 상업화되고, 반복되고, 구조화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전위가 아니다.
예술은 고정되자마자, 시들기 시작한다.
이 딜레마는 단지 미학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뇌 구조, 인지 패턴, 그리고 문화 소비 방식과도 연결된다.
우리 뇌는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반복에 의해 빠르게 ‘익숙해짐’을 느낀다.
익숙함은 안전함을 주지만, 동시에 지루함을 낳는다.
아방가르드는 이 지루함을 깨는 충격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충격은 반복되지 않는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일 때만 충격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방가르드는 개념이 아니라 순간적 사건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전위예술을 계승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은 거의 언제나 거짓이다.
그 순간, 그는 이미 전위가 아니라 전통이 된다.
예술은 계승이나 발전의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밈처럼 감염되고, 복제되고, 때로는 변종으로 출현한다.
오늘날의 전위는 과거 전위에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맥락에서 다시 ‘출현’한 것이다.
현대 시대에 피카소가 아방가르드가 아닌 이유는,
그의 형식이 낡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의 시대엔 아방가르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방가르드는 새로움을 선취하는 주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로 인해 느끼는 일시적 낯섦의 감각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