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여우비와
몰려오는 폭우의 사정이 다르듯
너는 오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윙크로 스치는 대신
한 조각 시의 파편으로 박히거나
한 방울 검붉은 피로 움트거나
내장을 미끄러지지 않고
빗줄기의 사명으로 내리꽂힌 곳은
지하에서 피어나고 있는 생명
잊고 있던 인큐베이터의 발견
어떻게 키울 것인가 육아를 논하기 전에
번개와 천둥으로 들이닥친 너
거대한 눈동자를 뱃속에 들이밀어
어린 꽃을 노려볼지니
하이얀 솜털 난 꽃의 목을 꺾을 것인가
뱃속을 부풀려 온풍의 돔으로
폭우를 다스릴 것인가
네가 여기 온 이유를 생각할 때
내 아득한 동굴의 어린 꽃을 본다
아, 이토록 어여쁜 나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