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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정원 Dec 27. 2023

오늘의 트리


눈의 세계에서 느리게 자라고 있습니다

첫 숨부터 추위를 안으며 자란 것입니다


선물의 본분으로

눈을 끌어안습니다


하늘 높은 어깨에 기쁨을

참새 머문 가슴에 슬픔을

우연의 숨결 내려앉은 팔에 환희를

늙은 잣나무에 기댄 등에 아픔을 오너먼트로 걸고


고통의 필라멘트 간직한

가지가지 영근 전구들

겨드랑이와 옆구리 사이를 도는 하모니 되어

불을 밝힙니다


트리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정수리에서 빛나는 별

그 큰 사랑의 오너먼트는 한참 더 무르익는 중입니다


추위 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손을 뻗었을까요

얼마나 많은 기쁨과 아픔과 사랑을 품었을까요


이 몸 구석구석 점멸하는 상처와 기억

환한 빛을 피울 때까지

스미는 오늘들을 가만히 걸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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