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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정원 Jan 03. 2024

미지의 프라하



프라하에서 너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질문의 수만큼 목이 긴 너는 

뚫린 가슴으로 머리를 박고 있었다 

너의 대답은 끝없이 흩어진 안개


어디를 가도 보이지 않습니다 안경을 쓰면 다른 걸 보게 될까요 

보이지 않던 세계가 나타날까요 

헐린 구멍으로는 제 얼굴도 다 들어가지 않는 걸 

우리의 목은 순간의 가슴으로만 길어지는 걸


가을이 물든 머리의 체코 할머니와 아이보리빛 백발의 체코 할머니가 

입과 입 사이로 나른한 눈들을 주고받습니다 

의자에 기대어 창밖의 잎과 잎 사이를 아득해하다가

안개가 되어 흩어집니다 


흩어짐으로 시공時空에 분무하는 마음들 

목이 길어 슬픈 구멍들


프라하에 있어도 프라하에 있지 않습니다 

여행하지 않는 여행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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