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너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질문의 수만큼 목이 긴 너는
뚫린 가슴으로 머리를 박고 있었다
너의 대답은 끝없이 흩어진 안개
어디를 가도 보이지 않습니다 안경을 쓰면 다른 걸 보게 될까요
보이지 않던 세계가 나타날까요
헐린 구멍으로는 제 얼굴도 다 들어가지 않는 걸
우리의 목은 순간의 가슴으로만 길어지는 걸
가을이 물든 머리의 체코 할머니와 아이보리빛 백발의 체코 할머니가
입과 입 사이로 나른한 눈들을 주고받습니다
의자에 기대어 창밖의 잎과 잎 사이를 아득해하다가
안개가 되어 흩어집니다
흩어짐으로 시공時空에 분무하는 마음들
목이 길어 슬픈 구멍들
프라하에 있어도 프라하에 있지 않습니다
여행하지 않는 여행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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