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무렵 햇살이 비쳐 드는 방
푸른 구슬 세 알을 점심으로 먹고 잠이 들었다
빛의 수호는 아직 길지 않다
오후 3시부터 햇살이 사그라드는 방
수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어
진흙 같은 눈꺼풀을 가까스로 들어올렸다
그 사이로 드러난 진실의 전경은
최전방의 모래 해변
옆으로 드러누운 영혼의 둔덕을
파도는 거치지 않은 적 없다
해안가의 높은 절벽도 긴 방파제도 아니고
파도의 발치에서 젖어드는 몸
대신 태어난 운명의 지점들
숲길로 구부러진 해송도 둑도 아니고
최전방에서 파도와 몸을 치대는
영혼의 쓸림
그대들은 높은 곳에서 아름다워할 수 있다
이 자연의 전시품을 향한 눈을
아련히 뜰 수 있다
영혼의 익사에 감탄하는 그대들이여
오후 5시 무렵 어스름이 밀려드는 방
깨어난 육체
젖은 영혼을 끌어
침대에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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