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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May 20. 2024

단편<사람농부 1>

비가 내리고 오래된 땅에 진흙 속 깊숙이 심겨저 있던 사람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대지를 가르며 가녀린 혹은 두터운 손이 흙을 헤치며 조금 씩 솟아 오른다. 


그 때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처럼 묵직한 사내 한 사람들이 그러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 쑥 뽑더니.. 머리까락을 움껴지며.. 물을 붓고는 눈과 입을 벌려보며..이리저리 살핀다… 실망한 사내는 매정한 칼을 휘두르며 마치 완성되지 못한 무언가를 버리듯 목을 짤라 버리며.. 다시 흙속으로 던져버린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흙속의 손들이 올라와 땅을 헤짚기 시작하고..사내는 더 분주의 하나하나 머리채를 잡고 물을 부으며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리고 여지없는 번쩍이는 칼날을 머리에 떨어뜨리며.. 욕을 해된다.


농사를 망친 농부처럼 ..


올해도 엉망인가..


사내는 실망스런 분노를 보이며… 칼날을 계속 휘두르고..휘두르고..

흙속에서 잉태된 사람들은 쏟아지는 빗물을 그대로 맞은채.. 한마디 말도 못하고 다시 죽어간다.


사내는 그저 농작물 머리를 채듯이 주저없이 .. 짤라버리며, 분노와 허탈감을 외친다..


….


많은 사람들을 심없지만.. 제대로 된 물건은 하나도 없는 듯했다. 

칼날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머리를 자르고.. 사내는 지쳐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젠장 이대로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게 아닐까..


살려줘…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빗소리에 명확한 소리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소리라 할 수 있는 것이 들렸고… 그것은 살려줘..라는 언어처럼 들린 것이다.


뭐지?


목 대신 상반신 가슴이 잘려나간 살덩어리 하나가 양팔을 이용하여 진흙으로 가득한 땅을 끌면서 사내 곁으로 왔다..


살려줘… 살고싶어….


살덩이는 상반신만 있을 뿐, 하반신은 사내의 매정한 칼에 흙덩이 언딘가에 이미 버려지고 없었다. . 그저 상반신 만을 양 손으로 끌고 오면서… 언어라는 것을 사내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사내는 양동이를 가져와 상반신 살덩이 머리채를 잡고 양동이에 던졌다..


뭐지…


상반신 만으로도 의미가 있는건가..


"으..으..으..."


상반신 살 덩이는 죽기에 너무나 명확한 상태를 했다.. 이미 분리된 하반신에  많은 혈액을 흘려보냈고… 내장이란 것도 기어 나오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대로라만 배고품에 허기진 충혈된 미친개 정도 되어야 먹어치울 것 같은 고기 덩어리였다.


허.. 말을 하내..


사내는 거추장 스러워 보이는 팔 들을 칼로 다듬었다. 머리채를 들고 칼을 내리처 두팔을 상반신에서 걸러 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단촐하게 머리와 상반신만이 대롱 거렸다. 물론, 삐져나와 너덜거리던 상반신의 기관들도 거추장스럽지 않게 칼로 다듬어졌다. 


다듬은 덩어리를 다시 양동이에 던지며.. 


이번에는 이게 단가..


겨우 이거 하나에 그 많은 사람을 심었단 말인가..

젠장..


사내는 더러운 가래를 폐 깊숙이 끌어올려 입밖으로 내 뱉었다..


총총..

..추신...

이미지로 사용한.. 작품은 파브리스 이베르의 작품이다. 그는 사람을 땅에 심어서 생명체가 살아나는 그런 작품을 그리고 있다. 그게 무슨 엽기적인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순환 그런 것을 말하고자 노력하는 작가다. 그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교육자이다. 까르띠에 박물관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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