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여러번 다니다 보니.. 특별히 목적성 강한 그런 곳을 찾아디니지는 않는 편이 되었다. 그냥.. 좀.. 그래서 이 날은 걸었다. 숙소를 나와 이리저리 걷고.. 걸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상점들도 한산하고.. 그러다, 골목을 지나 마치 도심 속 시장이 열려 있는 곳을 만나게 되었다.
다양한 상점이 임시로 열리고, 연주하시는 분, 아이들도 놀고.. 여러 사람들이 많이들 나와 있었다. 다른 골목은 조용했지만 이 골목만은 시장 같은 분위기랄까..
많은 사람들을 좀 피하는 성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낯선 곳이기에 까다로울 것은 없었다. 다만, 그냥 길과 작은 분수광장을 중심으로 커다란 시장이 만들어져 사람들이 모여 있고, 시끌거린다는 것이 재미는 있었다. 이곳은 파리 몽쥬시장[Monge Market:place monge]이라는 곳이다. 거리라고 보는 게 맞을 듯... 찾아보니 일주일에 세번 열리는 곳이고 작은 재래시장이다. 네이버에 관련 정보가 뜨는 곳이다. 그냥.. 고만고만한 시장이라 생각했는데 나름 검색이 되는 곳이었다. 이러저러 음식과 볼거리가 좀 있다. 그렇다고 엄청. 뭐한 곳은 아니다.
그렇게 걷다가 도착한 곳은 팡테옹이다. 팡테옹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들의 신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파리는 이곳에 국가유공자와 위인들을 모셔둔 곳이다. 일종의 국립묘지랄까... 건축적인 상징성도 있는 곳이다. 뭐 신고전주의랄까.. 뭐 그런..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묘미는 광장의 역할을 상당히 잘하는 지역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고 그런 장소다. 내가 있던 날에는 에스파의 '슈퍼노바'를 연습하는 커버댄스 팀이 있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묘했고.. 그리고 남성 합창단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합창도 이어서 있었다. 그러니까.. 이곳에 가면 좀 편한 상태로 파리 대중들의 즐거움을 볼 수 있다고나 할까...그런 묘미가 있었다.
그리고 팡테옹 옆에는 작지만 유서깊은 교회가 하나 있다. 생테티엔 뒤몽 성당이다. 어.. 이곳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시작점이 되었던 배경장소이기도 하고.. 뭐.. 파리를 구한 파리의 수호성이라 불리는 성 주느비에브의 유해가 있는 곳이라고도 한다. 사실 잘 모른다. 다만, 가보면 역사성과 어떤 힘이 있어보이는 장소란 것을 그냥 알 수 있는 곳이다. 교회 안에는 파이프 오르간도 있고.. 상당한 곳이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어찌하건 팡테온 주변은 소르본느 대학 관련 건물들과 도서관 그리고 빅토르 위고, 장 자크 루소, 파스칼, 장 라신 등등의 이름들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확히는 그들의 무덤이 이 두 곳에 있다.
좀 더 걸어, 뤽상부르 공원.. 우리식으로 읽으면 룩셈부르크 공원이다. 이곳은 정말 파리사람들이 많이들 모여 쉬는 곳이다. 일광욕에서 애들 놀이까지.. 큰 연못, 사실은 분수능력도 있는 곳인데..여기에 작은 배를 띄어 놀고 그런다. 뭐 녹색의자 어쩌구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파리 공원 대부분이 녹색 철재 의자다. 그래서.. 뭐..이걸 인상깊게 봤다느니는 좀 모르것다. 하여간.. 맘편히 누워 쉴수 있는 곳이다. 나도 그냥 누웠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장소는 여기다. 랭보의 취한배가 써진 벽... 이랄까..
뭐.. 큰 의미를 두었다기 보다는 랭보라는 이름의 마력이 아닐까.. 그냥 그 이름에 이끌려 이 벽을 보고 싶었다. 물론, 짧은 프랑스어 실력으로 꼼꼼히 읽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냥 또 너무 관광객 처럼 보고 있자니 쑥쓰럽기도 하고.. 본질적인 'I'형 인간인 나로써는 모든 게 부끄럽고 조심스럽다. 하여간.. 그래도 이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랭보라는 이름.. 그리고 말도 안되게 파격적인 장문의 시 [취한 배]라는 문장을 보고 싶었다. 참고로 이 벽은 [Rue Ferou]라는 거리에 있다.
그랬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