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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카소 Oct 10. 2022

디자인을 배우지 않아도 디자인 잘하는 법

한글날 수원 광교박물관 야외에서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진행한다기에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후둑후둑 가을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였다. 추워서 야외 체험 참여보다 실내 전시를 먼저 관람하기로 했다.


2층에서 '근대 관광 금강산을 다시 열다'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운 이종학 선생님이 수집하고 기증한 금강산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금강산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에 철도와 신작로를 건설을 하고 외국인들도 여행을 오는 등 근대지 관광지로 개발되는 금강산의 변화 과정을 담은 전시로 꽤 흥미로왔다.   



금강산 사진엽서, 영문 리플릿, 탑승 안내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가장 오래 머물게 한 것은 그 시대의 관광 안내 리플릿과 안내도, 기념사진과 엽서 등이었다. 즉 시각적 그래픽 디자인과 인쇄술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행지의 리플릿이나 지도, 안내서는 여행의 시작을 설레게 하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나보다. 관심이 가는 만큼 살펴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끝에 인상적인 좋은 감정이 남아 있어야 다음에 또 올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금강산의 멋짐과 아름다움을 이야기로 전함으로써 여행을 부추길 테니까 말이다.

이 시절 금강산에서 판매된 명승의 모습이 담긴 다양한 크기의 사진엽서와 관광 거점에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를 찍은 스탬프 북은 당시 관광 기념품으로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전시나 관광지 끝에 만나게 되는 굿즈 판매 샵이 일제 강점기에 개발된 관광지 금강산에도 있었다고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이 경험한 멋지고 좋은 것을 사진이나 엽서로라도 소유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은 조선시대 사람들도 똑같았구나 싶었다.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만(그것은 빈티지한 멋으로 승화된 듯하고), 그 안을 구성하고 있는 컬러나 레이아웃, 폰트에서 독특함이 느껴졌다. 지금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한, 나 역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안정감과 세련됨이 있었다.


 


무엇일까,

약 100년 전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하나 없이 누군가의 생각과 손 끝에서 탄생한 디자인일텐데, 어떻게 이런 이미지 작업이 가능했을까?


먼저 컬러와 배색에 시선이 갔다. 노랑과 검정 또는 초록과 빨강으로 보색을 활용한 디자인이었다. 보색은 색상환에서(색상에 따라 계통적으로 색을 둥글게 배열한  )  반대쪽에 있는 컬러를 말한다.  배색은 생기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시각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띄는 장점이 있지만, 빨간 바지에 초록색 티셔츠처럼 자칫 잘못 쓰면 촌스러울  있는 여지가 크다. 즉 활용이 어려운 디자인 스킬  하나다.

이 금강산 기념엽서에서는 서로의 반대색을 보완해주면서 감각적으로 디자인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올리브 계열의 그린과 레드 포인트, 서체는 물론, 강조하고 싶은 텍스트의 테두리, 선이 아닌 면으로 표현한 금강산 일러스트.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 엽서를 만든 사람은 디자인을 전공했을까? 만약 일본인이었다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서구 문화를 받아들였으니,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상을 남기는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 데는 디자인을 전공 유무와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엽서라는 아이템이지만 '금강산 관광 기념엽서'라는 디자인을 하는 명확한 목적을 잃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에 대한 답이 분명한 사람이었음은 분명했을 것이다. 그 마음은 100여 년 뒤의 한 디자이너에게도 영감을 준다.

 

물론 본질인 여행지 그 자체의 멋짐이 우선일 것이다. 그다음 여행지를 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이러한 시각적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끌어, 느낌이나 감상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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