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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첫날, 회원님들 앞에서 멘탈이 바사사사삭...

by 마인드카소

자격증 과정의 마지막 2주는 다른 센터로 실습을 나간다. 매일 1~2곡을 선정해 처음 만나는 회원님들 앞에서 춤을 추고, 새로운 곡의 안무를 직접 알려드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나는 교육을 진행해 주신 나나쌤의 저녁 타임 수업에 실습을 나가기로 했다. 선생님은 내가 할 수 있는 곡 리스트를 보내달라고 하셨고, 확인 후 첫날에는 <칵테일 사랑>과 <사랑의 해결사> 두 곡을 준비해 오라고 하셨다.


<칵테일 사랑>은 평소에 자주 따라 해 본 곡이라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날 오전에 드로잉 수업이 있었고, 오후에는 이런저런 집안일을 처리하다 보니 연습을 제대로 못한 채 센터로 향해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이미 결과는 예고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회원님들께 나를 교육생으로 소개해주셨다. 인사를 마치자 수업이 시작됐다. 서너 곡쯤 지났을까,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교육생 앞으로 나오세요"


그 순간에도 나는 첫날이니까 선생님이 옆에서 함께 해주시겠지, 하는 근거 없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건 내 무의식이 선생님이 그렇게 해주시길 믿고 싶었던 거였고, 현실은 정반대였다.


나나쌤은 나를 냅다 맨 앞, 중앙에 세워두고 멀찍이서 지켜보셨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 나는 조용히 눈빛으로 물었다.

'쌤, 저 어떻게 해요?'

돌아온 건 선생님의 크고 동그란 눈에서 나오는 단호한 눈빛 한 줄이었다.

'해!'


거울 속으로 보이는 수십 쌍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거울 앞에 선 나만큼 긴장한 듯, 몇몇 분은 손끝으로 옷자락을 괜히 정리하거나 미소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경쾌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딴딴 따다단-


그런데... 동작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토록 많이 했던 <칵테일 사랑>의 시작이 완전히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증발했다. 게다가 회원님들조차 이 곡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머릿속은 한순간에 새하얗게 되었다. 붙잡아야 할 멘탈은 서서히 금이 가더니 ‘바사사사사삭—’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는 중이었다.


2~3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내 몸은 허우적거렸고, 거울 속의 나는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봐야 했다. 부끄러움과 후회를 포함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 감정의 중심에는 반성이 있었다.


1. 바쁘다는 핑계로 동작을 외우지 않고 수업 때 눈팅과 컨닝으로 버텨왔던 나

2. 동작이 어렵지 않으니까 내 몸이 기억할 거라며 연습하지 않은 안이함

3. ‘처음이니까 선생님이 옆에서 도와주시겠지’라는 무책임한 의지까지


반성할 항목들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거울 속의 나는 지나치게 솔직했다. “이제 진짜 연습해서 와야겠다.” 다짐이 그날의 결론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나나쌤이 회원님들께 “오늘 실습이 처음이라 실수가 있었어요”라며 대신 말씀해 주셨지만, 제자리로 돌아오며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자책감이 더 깊어졌다.


‘으아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특히 힘들었던 건 그 장면이 내 눈앞에 너무 선명했다는 것이다. 내가 준비하지 않으면 거울 속의 나는 물론 30여 명의 회원님들까지 함께 엉키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밤, 그 허우적거리는 모두의 모습이 눈앞에 잔상처럼 떠올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첫 실습 이후 나는 진심으로 알게 되었다.

춤은 포장할 수 없다는 것을.

준비한 만큼, 알고 있는 만큼, 몸에 새긴 만큼만 회원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을.

초보 강사는 아무리 익숙한 곡이라도 연습이 필수라는 것을.




선생님은 다음 날 곡으로 <콜미>를 준비해 오라고 하셨다.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해 폭풍 연습을 했다.
어제의 굴욕을 만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연습 많이 해왔네.”


선생님의 한마디에 자책감이 조금은 풀렸다.

어제의 허우적거림이 오늘의 연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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