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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작가 Jul 31. 2024

작가란 무엇인가

SNS 작가 논란을 넘어서

안정적인 초등교사를 때려치우고

소설가가 되겠노라 길을 나선 지 5개월 차,

정말 궁금했다.

작가란 무엇일까?


최근 SNS에서 작가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해야 작가,

나머지는 모두 가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김연수 소설가의 추천사에 따르면 작가란,

어떤 젊은이가 갑자기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면,
지금 그의 내면에서 불길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중략>

그것 역시 불의 속성이다.
순식간에 타오르고, 또 그만큼 빨리 꺼진다.
그러므로 모든 소설가들의 데뷔작은 검은색이어야만 한다.
그건 어떤 불에 타오르고 남은 그을림의 흔적이니까.

<중략>

소설가는 불꽃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뒤에도 뭔가를 쓰는 사람이다.
이때 그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다 타버렸으니까.

<중략>

한 권 이상의 책을 펴낸 소설가에게 재능에 대해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
그들에게 재능은 이미 오래전에, 한 권의 책으로 소진 돼버렸으니까.
재능은 데뷔할 때만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체력이 필요하다.


지금 데뷔작을 쓰는 나에게는, 체력을 논할 자격이 없다.

지금 나에게는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데뷔작이 끝난 뒤에는?

그다음은 뭔가?


그제야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그리고 평생에 걸친 글쓰기라는 헌신만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는 것을.
그게 바로 소설가의 운명이라는 것을.


더럽게 어둡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더럽게 어두운 사실은 내게 되려 희망을 주었다.


나의 엉망진창인 첫 소설을 투고하고,

몇몇 출판사에서 러브콜이 왔을 때,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아이디어가 정말 신선하다"였다.


그 당시엔 그저 신났다.

하지만, 이내 공포감이 몰려왔다.

'내가 다시는 신선한 소재를 떠올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저 초심자의 행운이었다면?'

'그럼에도 작가의 꿈을 꾸다 인생 망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이젠 알았다.

더럽게 어두운 진실을.


지금 한 번의 불꽃이 피어올랐으니,

앞으론 타고 남은 잿더미를 친구 삼아

계속 글을 써나가면 된다는 것을.

계속 실패하더라도, 계속 써나가면 된다는 것을.


스레드의 논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보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작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었다.

이 책은 헤밍웨이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스티븐 킹 까지 역대 거장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지만,

그들이 글을 쓰는 방식도, 삶의 양식도 너무나 다양했기 때문.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든, 책을 출판했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이든.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진정한 작가가 아닐까.

그렇기에 오늘도 이 글을 읽어주는 독자 한분, 한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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