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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작가 Aug 07. 2024

새싹 작가에게 편집자란

엉덩이 춤을 추게 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

편집자의 칭찬은

초보 작가가 엉덩이 춤을 추게 한다.


원고 2차 수정본을 보내고,

약 3주 만에 피드백을 받았다.


2차 수정 때에는 정말 내 영혼을 갈아 넣어서 썼다.


사실 원고를 수정해야 할 때에는 막막했다.

나는 글쓰기를 전문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평생을,

교대에서 교육학적 지식만 4년,

임용고시를 재수하며 교육법 지식만 2년,

초등교사로 일하며 교육 실무만 2년,

무려 8년을 초등교육만 배운 사람이다.


지친 영혼에 위로가 필요할 때 종종 책을 읽었으나 그뿐.


그러니 소설 초고를 쓴 것도 기적이지만,

고쳐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도 없이

맨땅에 헤딩만 디립다 하다 이마에 혹이 생길 지경이었다.


온갖 유명한 작법서를 뒤졌다.

<유혹하는 글쓰기>, <캐릭터 공작소>, <넷플릭스처럼 쓴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 5편: 고쳐쓰기>

까지 읽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작가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부터 스티븐 킹까지.

글쓰기의 거장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이 유명한 사람들도

꼭 필요한, 적절한 바로 그 한 단어를 생각해 내기 위해

몇 시간씩 고뇌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나만 바보가 아니구나.


하지만 내가 발견한 진정한 보석은 바로,

어느 작가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초고를 써서 프린트해 옆에 두고,

타자기로 다시 처음부터 글을 다시 쓴 다는 작가였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유레카!


내게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물론 이제는 시대가 발전했으니,

맥북을 켜 화면 왼쪽에는 내 초안을,

오른쪽에는 새 파일을 열고

초안을 참고하여 살을 덧붙이며

오른쪽의 새 파일에 새롭게 글을 썼다.


그리고 내가 받은 피드백은,


전체적으로 맥락 잡는 길이 가장 큰 미션이었는데 해내셨어요!
진짜 리스펙 드립니다.

소설의 큰 맥락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간고객의 사연이 잘 어우러지도록

내용 수정을 요청드렸는데, 어려운 부분 너무 잘 고쳐주셨어요!

덕분에 플롯 상의 수정은 없이 디테일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루나시움이 정말 실재할 것 같은 동화적인 기분도 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구석구석 살피는 작가님 마음에 감동도 받곤 했어요;-)

'문라이트'라는 단어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 메일 주소더라고요!

오랫동안 작가님이 품어오신 어떤 세계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에 임하니.

작가님의 첫 소설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휴식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위와 같았다.

나는 처음 받아보는 칭찬에

거실에 뛰쳐나가

영문을 몰라하는 강아지를 안아 들고

들썩들썩 엉덩이춤을 췄다.

샤우팅은 덤!


사실 편집자님께 받은 칭찬이 이토록 기분 좋은 이유는,

내가 그녀를 정말 믿고 존경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고에서 길을 잃었을 때마다

항상 믿고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셨다.


물론 수정할 내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고,

숨이 막히지만,

방법을 찾을 것이다.

저번에도 그랬듯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6년을 준비하고

2년을 초등교사로 일하다 병이든 뒤에야 발견한

작가라는 꿈을 써 내려가는 길에는

포기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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