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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작가 Aug 14. 2024

내 안의 불안에게

길고 긴 우리의 인연을 점검해보려 해.

내 안의 불안에게.


우리 인연 참 길다, 그치?

어린 나의 곁에 항상 네가 있었으니,

난 엄마아빠가 외출을 하면 그들이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 불안해했고,

나를 돌봐주시던 외할머니께서 재혼을 하시던 날,

새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에

집 인터폰 앞에 웅크려 앉아 할머니가 돌아오시길 밤새 기다리기도 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던 날,

너는 내가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된 교대로 진학하도록 했지.


다른 사람들은 자기 안의 불안을 어떻게 잘 구슬려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나처럼 많은 불안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인지,

사실 아직도 모르겠어.

내게 이토록 많은 불안함이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의 업보이겠지.

그래, 내가 자초한 일일 거야.


난 얼마 전에 작가라는 꿈을 위한 선택을 했어.

내 영혼을 좀먹던 초등교사를 그만둔 것이지. 영원히.

그러다 내 인생이 망할 거라는 너의 경고를 무시하며.

꿈에 대한 열정으로 그 당시엔 너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더라.


사직서를 낸 지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너는 여전히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해.

불쑥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항상 날 뒤흔들어놓지.


맞아, 난 여전히 겁쟁이야.

너의 말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작가로서의 길이 풀리지 않는다면

초등교사 외에는 경력도 없는 내가,

도대체 어떤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3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아르바이트?


하지만 불안아, 그거 알아?

아무리 불안해도,

네 말대로 <루나시움 선물공장>이 실패해도,

난 작가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작가로서의 길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하면서 계속 글을 쓸 거야.

될 때까지 할 거야.


네가 날 아무리 흔들어놔도 소용없어.

이미 내 마음은 정해졌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너 능력도 안되는데 높은 꿈만 좇다가 인생 망한다?'

'<루나시움 선물공장>을 사람들이 읽어줄 것 같아?'

하며 계속 날 흔들어놓을 것이고,

난 그때마다 흔들리겠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을 거야.

지금처럼, 매번.


그러니 날 흔들어봐, 불안아.

날 더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

난 깊은 나무처럼 이파리가 흔들릴지라도

작가라는 꿈의 뿌리를 단단히 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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