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 풍경

새들이 사는 정원

by 해은

새 책상이 도착했다. 생각해보니 마음에 드는 책상을 가져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가에 놓았다. 좀 시끄러운 것이 흠이긴 하지만 1층인 우리 집이 다행이라 여겨진다. 창 밖의 경치가 초록의 정원을 연출한다. 책상에 앉아 창문을 열었을 때 화초들이 보이도록 베란다의 화분 받침대 위치를 바꿨다. 수십 개의 화분 중 보기 좋은 것들을 간택하여 앞줄에 놓았다.


한창 화려하게 빨강, 분홍, 주황색 꽃을 피운 제라늄은 베란다 밖 화분 걸이에 올렸다. 화단의 나무들과 넝쿨 장미가 피고 지는 담장, 그 뒤편의 작은 공원까지 모두 책상 앞의 시야에 들어오는 나의 정원이다.


매미와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공부에 집중이 안 될 때는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새가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듯, 책 한 번 읽다가 바깥 한 번 바라 본다. 팔랑거리며 날아가는 나비에 시선을 빼앗기는가 하면 종종 걸음으로 걷는 까치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쉼표를 찍곤 하는 것이다. 지저귀는 새들 소리와 바람 결에 걸어 둔 풍경 소리가 은은하다. 잠시 눈을 감고 산사의 토방 아래 앉아 있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어느 때는 커다란 멧비둘기가 날아와 화분걸이에 둔 모이통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물통의 물마저 온통 엎질러 놓는 일이 잦아서 모두 치웠다. 먹이 활동이 힘든 계절에만 주기로 마음을 바꾼 참이었다. 먹이를 두었던 자리에 화분을 올려 놓았더니 한동안 새들이 화초의 잎들을 뜯어먹기도 했다. 이제는 가까운 거리에서 모이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 아쉽지만 노래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반갑다. 그들은 여전히 내 주변에서 날아다니며 호기심을 일으킨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가 슬슬 심심해지면 문을 열고 기지개를 켜본다. 화단의 곳곳에 해바라기 여남은 개가 자라고 있다. 누가 꽃씨를 뿌린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 겨울 새들의 먹이로 해바라기 씨앗을 주었었다. 아마도 그들이 먹다가 떨어뜨린 것이 싹튼 이후 성큼성큼 키가 컸을 것이다. 장대비를 견디고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해바라기들이 노란 꽃을 피웠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종종 걸음을 멈추고 해바라기 꽃 사진을 찍어 간다. 한 송이의 해바라기 꽃은 무려 천 여개의 씨앗을 품는다고 한다. 노랗던 꽃들은 야무진 결실을 품어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다. 시월 즈음 잘 익은 씨앗을 수확하여 새들의 먹이로 줄 생각이다. 자연의 순환이 앞마당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책상 앞 일열에서 관람할 수 있어 소중하게 느껴지는 자리다.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았다. 이 공간에서는 나만이 나를 불러낼 수 있고 마음가는대로 할 수 있다. 글을 쓰며 창 밖의 풍경을 음미한다. 식물 하나하나의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걸고, 만지고, 돌보는 것들. 결국 안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닐까. 초록을 품었던 풀 한포기, 나무 잎사귀마다 색감의 깊이가 다르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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