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에 앉아만 있어도 즐거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잔디밭에 앉아서 웃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왜 거기 앉아 있으면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미루어 짐작해 본 건데 그때는 잔디밭에 앉아있는 시간이고, 친구들이고, 햇볕이고 모두 소중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오래돼서 감가상각이 다 되어서, 내용연수가 이미 지나서,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어서, 도대체 즐거울게 무엇이냐고 생각하는 자신이 웃겨서 잔디밭에 누워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