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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는 새청바지가 될 수 있을까?

feat 민무늬, 하이파이브

by Emile


청바지를 입는다는 것


청바지를 입는 것이 아직 어색하지 않은가? "그렇다"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하면서 이 글을 아직 써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뉴진스'라는 걸그룹, 아니 새 청바지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청바지는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간혹가다 입어본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 또래 중 몇 명이나 이들에 대하여 알고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의외로 정말 처음 듣는 청바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십 대 정도나 되어야 왈가왈부할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겁도 없이 지금 연예인 이야기에 끼어들어 영양가는커녕 뼈도 못 추릴 수도 있는 글을 쓰겠다고? 그런데 그것이 글을 쓰는 묘미가 아니던가? 다시 시험을 볼 일은 없겠지만 논술이라고 생각하고 글빨을 올려보기로 한다. 그렇다 이것은 글로 청바지 빨래하기다.


민무늬는 잔다르크일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십 대 때도 가수나 연예인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새청바지의 문제는 안드로메다 광년급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 찾아보니 작년 봄(2024년 4월) - 어떤 민무늬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여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은 '하이파이브'라는 BTS를 템플 기사단으로 둔 엔터테인먼트 대 제국에 대한 반란처럼 보였는데, 방식이 아주 거칠었지만 크리에이터 적이었고, 막장 같았지만 시원하기까지 했다. 여하튼 민무늬 그녀는 "맞다이로 들어와"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의기양양하게 승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때 벌써 이 반란은 진압을 넘어서 처참한 처형이 예상되는 슬픔 예감을 벌써 느꼈다. 나름 그쪽 세계에서는 꽤 명성과 패기가 느껴졌지만, 여전히 제국 끝 변방의 작은 성주에 불과했던 이 민무늬 모자 반란의 주모자는 딱 봐도 화형을 면치 못할 것이 눈에 선하였으며, 이에 동조한 새청바지 조차도 함께 처형되는 것은 정해진 시나리오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도 '잔다르크'라고 하는 의문의 영웅이 이미 증명한 바가 있었다. 전설처럼 나타나 프랑스를 구했지만, 이단과 마법 혐의로 종교재판을 받아 화형 당한 이 성인이 한류를 타고 꼬레아에서 부활한 것일까? 그러면 뭐 하나? 아무리 성인이라고 나중에 불러줘결국은 쓰임이 다 하면 마녀사냥에 처해져 화형을 당하는 것이 오랜 제국과 권력의 수순이며 이것이 반복된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민무늬는 마녀였을까?


민무늬 여자가 이제 보니 정말 마녀였는지는 아니었는지는 분명하지도 않지만 중요하지도 않게 보인다. 다만 현재 펼쳐지는 양상으로는 예상을 한치도 빗나가지도 않게, 순진한 청바지 아이들을 꼬드겨 마법으로 반란을 함부로 도모한 마녀급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제 겁도 없이 마법을 부려 성을 차지하고, 청바지 아이들을 유괴하려 했다는 증거가 반대편에 의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국의 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종교재판은 민무늬에게 마녀라는 낙인을 찍을 것이며, 그러면 화형식은 시간문제다. 대중은 민무늬 모자를 품절시키며 그녀에게 가장 환호했지만, 늘 그렇듯 이제는 불을 빨리 붙여 화형 시키라고 가장 먼저 외치는 자들로 돌변한다. 이것이 마녀 사냥의 매력일까? 민무늬의 마법은 처음부터 좀 엉성하긴 했다. '계약'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으로 주조된 단단한 사슬을 마법처럼 끊고, 수적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성전에서 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으니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물론 얼룩무늬로 위장도 하지 않은 민무늬의 자신감은 높게 산다. 하지만 마법은 환상일 뿐, 제국은 철저히 마법이 아니라 ''이란 초정밀 무기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며, 일찍이 심지어 테스형(소크라테스)도 정밀 타격해 사형시킨 바 있다. 그러니 민무늬 정도는 힘과 권력의 추에 따라 마음대로 얼룩무늬라고 쉽게 판결할 수 있음을 현재 각종 재판이라는 쇼를 통해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민무늬 모자는 아티스트적으로는 승리했고 완판, 품절 시켰지만, 법적으로는 이 싸움은 처음부터 승산이 아주 낮아 보였다.


청바지는 회사원일까?


그렇다면 이 민무늬 마녀는 왜 가당치도 않은 반란을 일으켰을까? 그 많은 인센티브가 약속되어 있었음에도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그러나 이 반란이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녀에게도 변론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어느 날 제국은 변방의 성주가 새청바지가 잘 팔린다며 마법을 부려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며 마녀로 규정하고 사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말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났고, 마법으로 현혹하는 것 같았으므로 민무늬는 마녀에 딱 잘 어울리는 이미지 였다. 그러나 마녀의 템플 기사단의 지분은 형편없었으며, 새 청바지를 빨아서 널어 마법같은 구원의 신호를 보낸다고 해도 지원군이 도달할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마녀는 제대로 된 전투도 없이, 마법도 한번 부려보지 못하고 아주 쉽게 성에서 쫓겨났으며, 이것으로 마녀는 단지 민무늬 모자를 쓴 바지 성주(사장)임에 분명해 보였다. 죄목은 물론 반란죄였다. 여기서 반란의 동기가 된 새청바지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새청바지는 과연 '회사원'인가라는 문제에 휩싸였는데, 그들이 받는 연봉으로 볼 때 일반 회사원으로 보기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원이었으면 더 쉽게 빨리 폐기 되었을텐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새청바지를 사놓고 입지도 않고 드레스와 미니스커트와 대놓고 차별하며 헌청바지로 만들려 했다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뭐 그것이 제국의 오너의 취향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계약'에 의하면 이 '마녀의 공장' 새청바지는 청바지 나름대로 차별 없이 전폭적으로 청바지에서 물이 빠지는 건 막았어야 했다. 왜 드레스와 미니스커트는 좋아하면서 청바지는 싫어했을까?싫어하면 시집가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제국의 도덕성


그러나 제국은 도덕성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익성도 아니다. 청바지가 수익성은 차라리 좋았던것으로 보인다. 그 보다는 오너의 왕좌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하이파이브'라는 제국은 상장 과정에서 사기 부정거래 의혹으로 수사 중이다. 제국의 오너는 일반 투자자를 속이고 비밀 계약을 통해 4천여 억 원을 뒤에서 꿀꺽 챙겼으며,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일반 주주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주가 폭락의 희생양이 되었다. 한편에서는 얼핏 보면 새청바지의 계약과 이 제국의 도덕성은 전혀 연관이 없는 개별 사안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새청바지 기만 사건과 이 주주 기만 사건은 아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국의 도덕성은 새청바지와의 계약에도, 또는 민무늬 마녀와의 싸움에도 과연 도덕적이었을 것이냐에는, 역시 전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물론 이것은 별건의 '계약'이므로 법적으로 아무 연관도 되지 않는 단지 기만을 즐겨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므로 주주와 투자자를 등치는 제국의 오너가 바지 성주와, 청바지 사원들의 신뢰를 배신하고 등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아보이지만 그것으로 마녀의 반란이 아니라는 반대 증거는 되지 못한다. 따라서 법은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므로 마녀는 여전히 화형이며, 새청바지는 헌청바지나, 찢어진청바지를 감수하는 대가로 불태우지는 않을정도의 대우를 되찾을지도 모르겠다.


뉴진스는 새청바지로 남을 수 있을까?


이제 민무의 마녀는 예정대로 화형에 처하면 되므로 관심은 과연 새청바지를 입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다고 할 불과 1년의 순간 청바지의 유행도 바뀌고, 드레스와 미니스커트들을 선호했던 오너의 취향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새청바지는 이제 올드진스가 되어 옷장에 방치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더군다나 이제 새청바지에게는 마녀의 기적 같은 마법도 기대하기 힘들다. 과연 새 수선공은 새청바지를 어떻게 재단할 것인가? 독특한 아티스트적 마법의 청바지를 이전과 같이, 아니 더 새롭게 유지할 수 있을까? 최선의 방법은 '팀쿡'이다. 그는 '잡스'의 아이폰을 거의 손대지 않았지만 이름대로 아주 오랫동안 잘 우려먹을 줄 아는 요리사였다. 이번에는 슬픔예감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새청바지는 구제바지가 되거나 헌청바지, 찢어진청바지를 강요받을지도 모른다. '하이파이브'가 이전에도 멋지게 '프로미스나인투식스'라는 그룹을 아주 오랫동안 이유없이 방치한 선례를 볼 때, 그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방아치 그룹이 '하이파이브'에서 풀려나 '나인투식스' 출근을 포기하고 요즘 다시 '다섯'시 멤버 퇴근으로 뜨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러한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마녀의 자식들은 언제나 다시 마녀로 몰려 그 마녀성을 추궁받아 왔다.


마녀는 마녀, 새 청바지는 새청바지 였으면


마녀는 부디 마녀였으면 한다. 그래야 새청바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청바지가 헌청바지가 돼버리고, 찢어진 청바지가 되어서 결국 입지 못하게 돼 버릴 때, 그때 비로소 마녀가 마녀가 아니었음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마녀는 이미 화형 당한 이후일 것이며,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해도 '마녀 공장'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거나 청바지가 아닌 다른 것, 얼룩무늬 바지를 팔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마녀가 마녀가 아니었다고 밝혀지기거나, 새청바지가 새청바지가 아니라 헌청바지나 찢어진청바지가 돼버리는 것이 가장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제국은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했듯 제국은 도덕성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반란이 의심되는 바지 성주나 회사원은 아니지만 회사원에 불과한 새청바지 쯤이야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바지가 없어도 했던데로 드레스와 미니스커트를 사서 입으면 된다. 이러라고 주주를 등치고 4천억원을 빼놓길 잘했던 것일까?재벌과 연예인 걱정은 안 하는 것이라는데 왜 나는 여기 두 가지 걱정을 다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이것은 논술이었지? 이러한 문체를 교수님은 싫어하고 AI는 이해 못할것을 안다. 그래도 청바지를 입는 것이 아직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다. 어디 새청바지가 계속 새거같은 느낌이 나는지? 마녀는 계속 마녀인지 지켜보자. 혹 민무늬에서 얼룩무늬로 무장하고 화형장에서 탈출해 헬기에서 뛰어내리는지 말이다. 청바지 계속 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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