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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Jun 02. 2024

관계의 재구성

싱글맘 바운더리

이혼의  후폭풍은 달라진 인간관계였다.



금요일 저녁, 직장동료를 만났다.


업무얘기, 재밌고 힘든 직장생활, 상사, 여러 사건들..

그리고  앞으로 걱정되는 일 등

몇 시간 동안 얘기하면서 웃고 떠들며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주말저녁, 언니들과 딸계모임을 했다.

아이들 걱정, 당면한 문제들, 클수록 달라지는 자식과의 관계,

건강이야기 등

몇 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의 속내를 말할 수는 없었다.


직장동료에게는...

나는 애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언니들에게는...

전남편과 상간녀가 집 근처로 발령받았는데 마주칠 수 있다.

그래서 애들이 걱정되고 마음이 불편하다.

접촉사고 났을 때 혼자라는 마음에 참 서러웠었다.

큰아이가 곧 연애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부모의 이혼이 아이의 약점이 될까 걱정이 된다.

요즘 잘 지내는 것 같다가고 끝도 없는 우울감에 바닥을 친다.

정신의학과 다시 다녀볼까 싶다.

아이들이 클수록 곧 혼자가 될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천천히 하고 있다.

잘 지낼 수 있을까? 등등





사람들이 듣기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이야기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그것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데 더 낫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아플 때 주위사람들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한두 번은 잘 들어주는 편이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뒤로 물러나 서서히 멀어지려 하거나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하기도 했고 외면하거나 화를 내기도 했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내 그 모든 상황은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은 대가라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한 회기당 얼마간의 돈을 지불하는 심리상담사였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많이 아프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깊은 속내를 털어놓지 못해도

주위에 사람은 필요하다.


직장생활은 동료들과 대화하며 풀어가고

자식얘기 등은 혈연으로 맺어진 언니들과 풀어가며

위로를 받는다.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나가고 있다.


대신, 깊은 속 마음은 글로 풀어가며 위로를 받는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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