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며 천천히 걷는 트레킹 코스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하루에 2만 보를 걸으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평소 도서관까지 걸어갔다가 걸어오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7천 보 정도가 나왔다.
간단한 계산으로는 3시간 정도는 걸어야 2만 보가 된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곳이다.
회동수원지
몸이 지금보다 덜 건강하던 시절.
등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 길을 오늘 걷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 회동수원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회동동(기점)이다.
오랜만에 오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새로운 나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출발지점에 서니 괜히 설렜다.
밑에 보이는 초록색 줄을 따라가면 표지판이 있다.
길치인 나는 표지판만 보면 참 좋다.
이름이 예쁘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행복한 길이라니.
BTS지민의 고향으로 알려진 서동미로시장에서 회동호 코스는 다음에 가기로 하고 나는 나의 길로 가기로 한다.
회동수원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갈맷길에 내 발도장 찍을 생각 하니 벌써부터 재밌다.
다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뭐든 시작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알기로 아홉산은 철마에 있는데, 그렇게 멀리 가는 것인가.
일단 표지판이 예뻐서 사진도 한 번 찍어봤다.
회동수원지는 1930년대 말,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저수지다. 196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회동수원지 일대는 45년 만인 지난 2010년 일반에 개방됐다.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2XXX2661475)
초보 등산가에게 좋은 시작인 길이 보인다.
둘레길이라는 이름 하의 등산이라 명명하고 싶은 시작이다.
좋은 시작을 알리듯이 오늘 하늘도 청명하고 좋다.
색다르다.
부산 시민으로서 어제 바다를 보고 오늘 저수지를 보는 것은 남다르다.
마침 내가 서있는 이곳에 나 혼자만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몸이 지칠 순간이 없다. 이 좋은 풍광을 눈에 담기에 바쁘기만 하다.
등산과는 다른 묘미가 있다 트레킹은.
산길을 걸으면서 나무가 주는 그늘 안에서 날카로운 햇볕을 피해 갈 수 있고, 관리되어 만들어진 데크를 걸을 때면 걷던 속도를 더욱 높일 기회를 얻는다.
이런 가벼운 속도감이 좋다.
나도 숲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다.
이 코스는 3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은 길이다.
아이를 위한 공간도 잘 만들어져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곧 목표했던 갈맷길 8-1 중간지점까지 이르게 되었다.
발그림이 커다랗게 그려진 벽을 보니 마음이 웅장해진다.
이건 뭐지?
예전에 왔을 땐 공사 중이라 늘 이 지점까지 왔다가 돌아가곤 했었는데.
야무지게 만들어진 길인가 보다.
그렇다면 나도 가야 하겠다.
2월은 맨발로 걷기에 아주 추운 날이다.
하지만 황토숲길이라니, 양말과 운동화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추운데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70~80% 사람들이 다 맨발로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추위를 이기는 황토숲길이다.
이렇게 올 한 해의 건강을 또 빌어본다.
날이 추워서 1km의 거리를 단숨에 걸어버렸다.
수도가 6개나 비치되어 있다.
오늘 날이 추워서 찬물만 나오는 것이 아쉬웠지만 황토숲길을 걸으면서 더 건강해진 내 발은 이 추위를 견딜 정도로 조금은 단련되었다.
다시 양말과 운동화를 고쳐 신고 새로운 마음으로 되돌아 걷기로 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훨씬 가벼웠다.
출발지점에 도착하고 보니 예정 소요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다.
이 속력의 비결은 황토숲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맨발로 이 추위에 맨바닥을 걸으면 저절로 빨라집니다.
목표한 바를 이루고 돌아오는 길 바라본 하늘은 포근했다.
마음이 가벼워져서 저 폭신한 구름에 폭하고 안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 생각만 했던 일을 실천해 버렸다.
잘했다. 나 자신
해냈구나.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이루다 보면 더 큰 목표에 가까워지겠지.
그렇게 하루를 만들고 그렇게 한 해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