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커넥트를 가게 만든 이유는 오로지 먼작귀 팝업이다(1월 26일까지)
동생이 먼작귀를 참 좋아한다.
방 곳곳에 엽서와 피규어와 인형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엄마에게 이모티콘을 분기별로 사서 선물하기도 한다.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
이번에 일본여행을 갔을 때도 먼작귀 팝업에 가서 카드와 키링을 사 온듯하다.
하지만 먼작귀 팝업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 부산, 현대 커넥트에서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가보는 것이 인지상정.
나는 세계 안의 한국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이니까.
아주 오랜만에 범일동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
버스 바로 앞자리에 앉으면 탁 트인 전방주시가 가능하다.
오늘의 기사님은 예민하신 분이다.
특히나 버스 안은 친구와 함께하는 승객들이 2팀, 전화하는 아저씨 한 명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공포이야기를 들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던 나는 버스 내에 있는 반사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사님의 시선에 고개를 들고 뒤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야기에 집중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버스 안은 엄청난 소음으로 가득하고 안내방송이 최고 음량으로 나오고 있었다.
'승객 여러분, 쾌적한 차내 환경 조성을 위하여 대화 및 전화통화를 자제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5번이 나오니,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전화통화를 하던 아저씨는 하차해 버렸다.
버스 안이 시끄러우니까.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그 시너지가 폭발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그전에도 몇 번을 기사님이 조용히 해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소리가 묻힐 만큼 시끄러웠다.
지지 않는 기사님.
그는 과연 승리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
역시 밖으로 나오면 늘 재미있는 일을 마주하게 된다.
내리기 아깝지만, 곧 종점이 다가오고 나는 현대 커넥트로 가야 한다.
범일역 지하철 7번 출구 안으로 내려가 지하 2층이 바로 먼작귀 팝업이 시작되는 장소다.
치이카와가 일본이름인가 보다.
농담곰의 진화버전인가.
잘은 모르지만 팝업까지 온 것은, 취향이 뚜렷한 사람들을 구경하러 온 것도 있고, 일단은 나도 귀여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갖고 싶지만 무용한 것들을 사야만 하는 이유는 귀여움이다.
연속 도장 찍기 이벤트가 진행 중에 있었다.
귀여워.
노랑, 분홍, 청록, 파란색으로 완성되는 먼작귀 그림.
테이블에 고정된 틀에 그림카드를 넣고 스탬프를 찍는다.
아주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
딱 맞게 찍히지 않으면 조금 이상해진다.
하지만 그것마저 즐겁다.
크레페 가게를 지나, 샤브집을 보고, 빵집을 지나면서 그림을 채워나간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영업전략에 그대로 흡수되어 버린다.
현대 커넥트 지하 2층엔 먹고 싶은 음식들이 정말 많다.
그렇지만 먼작귀 팝업을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방금 내 앞에 대기인원이 0명으로 바뀌었거든요.
심히 치명적인 치이카와와 우사기, 하치와레가 탐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눈빛이 빛나고 얼굴이 상기된 사람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정신없이 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탐이 나는 먼작귀제품은 질문집이다.
나를 탐구하기에 좋은 질문을 5년간 할 수 있는 책이다.
먼작귀와 함께하는 5년. 괜찮을 것 같은데.
수첩도 귀엽고, 엽서도 귀엽고.
봉제인형은 1인당 1개 구매한정.
나와 격이 다른 사람들의 싹쓸이와는 별개로 굉장히 신중하게 구매할 품목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저렇게 귀여운 얼굴을 한 동전지갑을 가지고 다니면 돈을 적게 쓰지 않을까?
하지만 구매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순적인 행동이다.
여기는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갖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 오는 곳이다.
나는 단지 호기심에 들른 곳이므로 그곳에서 아주 드물게 바구니를 손에 들고 있지 않은 잠재적 고객일 뿐이다.
하지만 꼭 하나는 가지고 돌아가겠어요.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내가 이곳에 온 목표는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보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다.
일단 먼작귀에 대한 애정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임에도 눈이 돌아갈 만큼 귀여운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가격은 절대 귀엽지 않았다.
나도 가방에 달고 다닐 키링을 사야 하나.
너무 귀엽기만 한 녀석들을 양말로 신고 다니기는 참 아까울 것 같다.
집에 이미 5개도 넘게 있는 필통은 그만 사야 옳다.
반드시 하나는 사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새 강박으로 느껴진다.
여기는 실용도를 따지면 살 수 있는 것이 없다.
갖고 싶은 것을 찾자.
너무 아름다운 것을 봐버렸다.
바로 먼작귀 콜렉트샵이다.
보라색 배경의 콜렉트샵이 가장 눈에 띈다.
그렇지만 이 상품은 랜덤이다.
보라색이 나올 때까지 할 것 같은데, 이제 상품은 9개 남았고, 그 앞에 서서 고민하는 사이 8개로 줄어들었다.
거의 도박과 같이 느껴지는 랜덤은 한동안 나를 그 자리에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무용하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리를 돌고 돌아 실스티커북 하나를 구매했다.
다이어리에, 폰케이스에, 노트북에 붙여야지.
천천히 사랑에 빠져야겠다.
한꺼번에 10만 원 넘게 쓸 뻔했어.
잘 막았다.
올해 가장 뿌듯한 하루를 보냈을 때 한번 도전해 보기로 먼작귀 콜렉트샵의 구매를 잠시 미루었다.
내 앞 순서와 뒷 순서 사람과 대조되는 상품구매량이다.
처음이니까 이해해 주시길.
경쟁자보다는 새로 사귄 친구로 생각해 주세요.
심지어 최근에 경제 관련 영상을 많이 보고 반성 많이 한 사람이거든요.
칫솔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죠.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사야만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피규어나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은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가방이 있는데 또 사고 싶고, 바지가 있음에도 청바지, 면바지, 반바지, 운동복바지 등.
종류별로 가지고 싶고, 스타일 별로, 혹은 색깔별로 가지고 싶은 것이 자신을 꾸미는 본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저도 그중에 한 사람이고요.
그런 깨달음을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아름다운 공간에 다녀왔습니다.
경제관념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고, 이곳은 그저 순수함과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한 환상의 세계였습니다.
아직도 줄이 길었던 고디바베이커리는 먹지 못했습니다.
역시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범일동에 오래도록 존재하던 현대백화점이 현대 커넥트로 바뀐 후 첫 방문이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먼작귀 팝업은 1월 26일에 끝이 나지만, 또 오고 싶습니다.
실패한 고디바 크로와상에 재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물 받은 현대상품권 2만 원도 사용해야 합니다.
벌써 4년 전에 받았지만, 현대상품권은 유효기간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전혀 아쉽지 않은 현대 커넥트 첫 방문이었습니다.
다음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범일동에 오면 제가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범일동 매떡.
첫 입을 먹고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만큼 강렬한 매움이 있는 범일동 매떡.
설레는 마음으로 현대 커넥트를 나와 그곳으로 갑니다.
당신에게도 다른 사람의 좋아함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좋아함이란 에너지는 옆에만 있어도 나에게 전염되거든요.
그리고 귀여움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바로 당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