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Compton Verney
영국에 가면 보통 테이튼 모던 (Tate Modern)에 현대미술을 보러 많이 방문한다. 그렇지만, 그와 못지 않게 유명한 곳이 런던의 또 다른 테이트 그룹 중 하나인,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존 에버렛 밀레이 (John Everett Millais)의 오필리아 (Ophelia)가 떠올랐다.
처음 이 그림을 보고 넋이 나간듯 몇초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림 속 여성은 물에서 죽어가는 표정같지만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쌓여 몇송이의 꽃을 손에 쥐고 있는데 그냥 너무 아름다워보였다. 죽음이 아름답다니... 말이 안되는 표현같지만 그냥 신비로운 분위기에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 순간 이 그림의 제목이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그림의 레이블을 보니 오필리아 (Ophelia)라고 적혀있었다. '오필리아가 누구였더라?'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자 오필리아는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 나온 햄릿의 여자친구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햄릿>은 알다시피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오해를 통해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이를 알게된 오필리아는 실성하여 헤매다가 꽃을 엮어 만든 화관을 버드나무 가지에 걸기 위해 올라가다가 그만 시냇물에 빠져 죽고 만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햄릿')
https://www.tate.org.uk/art/artworks/millais-ophelia-n01506/story-ophelia
영국 중부지역 워릭 (Wawick)이라는 지역을 가면 Compton Verney라는 과거 귀족의 별장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있다. 과거 2016년은 세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였고 당시 Compton Verney에서는 세익스피어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https://www.comptonverney.org.uk/thing-to-do/shakespeare-in-art/2016-03-19/
영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Kristin and Davy McGuire는 Ophelia's Ghost라는 제목으로 물에 잠겨 괴로워하는 오필리아를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 작품을 보면 비디오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오필리아의 비극적인 모습에서 숭고함 (sublime)이 느껴졌다. 이런 것을 보면서 또 한번 작품에 대해 전시주제를 어떻게 해석해서 관람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느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오필리아를 그린 작품에서 '죽음의 미학'이라는 역설적인 두가지의 주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죽음은 비극적이고 어둡고 암울한 이미지를 풍기기 마련이다. 화려하고 색색깔의 꽃들이 둘러쌓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고전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오필리아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햄릿이 아닌 오필리아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영화는 또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