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고운 Oct 23. 2020

마음을 다스리자

궁극적으로 나를 살리는 힘

우리에게는 조급증과 강박증이 있다. 남들 대학 갈 때 나도 대학에 가고, 남들 취업할 때, 나도 취업해야 하고, 남들 결혼할 때 결혼할 때 나도 결혼해야 하고, 남들 출산할 때 나도 출산해야 한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사는 삶. 나 또한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큰 일탈 없이 남들과 같이 큰 흐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무작정 따라왔다. 대학 졸업 후 을 준비할 때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엄청나게 늦었다고 생각하며 자책감으로 내내 괴로워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조급한 마음으로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일이 오로지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빛나던 20대 초중반의 시절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살 껄 후회가 된다. 긴 인생을 볼 때, 1~2년 뒤쳐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크게 손해 볼 일도 없는데 말이다. 나 자신을 더 돌아보고, 내가 진짜 무얼 잘하고, 무얼 좋아하는지 더 다양하게 경험해 보았더라면 얼마나 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웠을까.


또한 외국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이나 열린 사고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독 사회적인 잣대가 엄격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행보가 다르면 뭔가 잘못된 것 같고, 뒤쳐진 것 같아 손가락질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만의 속도와 방향성이 아닌, 남들과 같이 일단 부지런히 쫓아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래서일까, 남들과 같은 선상에 있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 때로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빨리 복직하지 않으면 이대로 나의 커리어는 끝날 것 같고, 이왕이면 영어유치원을 보내서 남들보다 더 영어를 빨리 습득시켜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고, 최소한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은 보내야 안심이 된다. 한글도 완벽하게 떼서 읽고 쓰기가 가능해져야만 초등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주변 사람 눈치를 보며 대세의 흐름에 편승해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절대로 손해보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연령층의 세대에게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최대한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악착같이 모은다. 육아용품 하나를 사는데도 굳이 과도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피곤해지는 이유이다. 


시행착오 따위는 최소한 나에게는 건너뛰고 싶은 단계로 치부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주춤거리거나 멈춰서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때로는 실수하고, 실패하며 배우는 경험이 훨씬 값지지 않던가?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의 여유는 없어지고 점점 나와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자리 잡게 된다. 물론 내 모습 또한 별 다를 것 없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우리 인생은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의 시야는 좁고, 우리의 사고는 단편적이다. 마음에는 점점 여유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조급증,
 강박증,
 극강의 효율성 추구
  

이 세 가지 특징으로 압축할 수 있는 우리 세대의 엄마들이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오면서 피로도가 현저히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 않았을까. 그래서 누적된 과부하로 인해 언젠가는 강제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그 타이밍인 것이다.




또한 우리 세대는 비교적 남녀평등한 환경에서 자라며 높은 교육 수준에 사회적 성취감을 맛본 1세대 아니던가. 하지만 임신 출산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여전히 사회적 인프라는 부족하고,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낮은 편이라는 점이 뼈아픈 현실이다.  


그렇기에 분명 남녀가 비슷한 선상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후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현격한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아이 엄마가 이전처럼 사회생활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기에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자녀가 영유아기 때 워킹맘들이 어떻게든 버티더라도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큰 난관을 만나게 되며 많은 엄마들이 커리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현 실정이다.


엄마들이 나름 그동안 쌓아온 업무 능력과, 사회적 성취감은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육아로 인한 공백기가 생기면 최소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사회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엄마들은 깊은 공허함과 허탈감을 느낀다. 자연스레 우울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굳이 연구 결과를 인용하거나, 학술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엄마들의 감정 변화가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특히나 사회적 지위의 고공 추락은 대표적인 씁쓸한 현실 중 하나이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환경적, 사회적 요인이 엄마들의 심리상태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점점 다양해지고, 살림, 육아, 교육 등은 여전히 엄마의 몫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사회적 약자가 된 듯한 ‘엄마’라는 자리가 버겁고 힘겨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뒤늦게 발동한 ‘엄마들의 사춘기’는 참으로 혹독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난생처음 겪는 무력감에 점점 지쳐가면서 그동안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우울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으며 위로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아무 어려움 없이 멀쩡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일 것이다.




발버둥을 쳐 본들 크게 변하지 않는 사회구조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 볼 일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마음 가짐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내 인생 전반을 점검해보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득도하는 심정으로 모든 생각과 욕심을 내려놓으니 내 안에 요동치던 부정적인 감정이 하나둘씩 정리가 되었다. 당장 눈에 띄게 뭔가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풍요로워진 느낌이었다. 


무기력감 극복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10가지 중 첫 번째인 <마음을 다스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저리주저리 글을 썼지만, 결국은 “잘하고 있어, 괜찮아”가 하고 싶은 말의 전부이다. 스스로를 용납해주고, 나 자신을 좀 믿고 기다려주는 연습을 하자. 나 또한 그랬듯이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언젠가는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분주한 일상, 성과에 대한 압박감, 효율성, 경쟁심 등을 잠시 내놓아야 한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의식 중에 하던 행동들부터 우선 멈추자. 남들처럼 자녀들을 이런저런 학원에 보내고 교육에 열을 올리기보다, 동네 공원이나 뒷산을 산책하며 자녀들과 조금 더 눈을 맞추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의외로 행복은 가까이에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실제로 우리 집의 경우 언덕에 위치한 아파트인데 마음먹기에 따라 최악의 주거지가 되기도 하고, 최고의 주거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 동네는 죄다 언덕이라 오르락내리락하려면 어찌나 숨이 차는지, 나가기도 싫어. 주변에는 아무런 편의시설도 없고 식당 하나 없어서 완전 감옥이 따로 없어. 운전하기도 어찌나 버거운지 힘든 동네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바꾼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집은 언덕에 있어서 풍경이 참 아름다워. 특히 옥상에서 바라보는 뷰는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니까. 일부러 짬 내서 운동하지 않아도 오르막길을 오르며 생활 속에서 운동도 할 수 있고, 아이들도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아. 집 주변에 마트나 식당도 없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대신 동네가 조용해서 좋아. 먹거리나 생필품은 조금 부지런히 온라인몰에서 미리 구매하면 되고, 집밥을 해 먹다 보니 덩달아 요리실력도 자연스레 늘게 된 것 같아. 덤으로 운전실력이 늘어서 이제 평지 운전은 일도 아니네” 


똑같은 상황에서도 관점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는 건 전혀 다를 수 있다. 불평만 하다 보면 결국 나만 손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사할 거리들을 떠올려보고, 좋은 면을 찾아보자. 이런 작은 습관들이 결국 나를 살리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전 04화 나 다운 모습을 되찾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 10가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