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댕맘>님의 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내게 묻는다면 제일 먼저 아이들을 낳은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 가장 후회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이들을 낳은 일이라고 답할 것 같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은 나는 어느새 육아경력 10년 차에 접어든 나름 베테랑 엄마이다. 힘들기는 세상 어떤 일 보다 힘들고 잠깐의 기쁨이 있지만 대부분 고단하기만 한 육아를 책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만큼도 해내지 못했을 거라 장담한다.
집안의 막내로 조부모와 함께 자라 집안일을 별로 해보지 못하고,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기보다 늘 하던 것 위주로 하며 살아온 내게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 잘 모를 때는 책을 찾아보는 평소의 습관대로 태교책부터 육아서적까지 이것저것 읽어가다 보니 아이를 기르는 일이 어느 정도 그려진 것 같았다. 다혈질에 급한 성격, 만사 귀차니즘으로 똘똘 뭉친 성격이다 보니 세심하고 너그러운 엄마상은 애초에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아는 게 병이라고 책을 읽었더니 육아 지식이 생긴 만큼 나의 모자람에 좌절했고, 책 속의 엄마를 가지지 못한 내 아이는 금세라도 정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아 마음 졸이는 나날이 많았다. 거기에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은 온통 위험하고, 오염되어 있고 앞으로 내 아이이가 살기에 척박한 곳이었다.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대화 나누는 어른은 퇴근한 남편뿐이니 내 세상은 극도로 좁아졌다. 너무 이쁜 아이지만 그 아이 때문에 내 밑바닥으로 보게 되고 괴물 같은 소리를 내는 나날이었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육아 우울증을 앓았던 게 아닌가 싶다. 집에 있는 것보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다 보니 3년의 육아 시기가 내게는 암흑과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쉽기도 한 시간들이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글쎄... 고개가 저어진다.
워킹맘으로서 직장에 다니다 보니 아이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공백을 잘 채워주는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조급함과 걱정을 내려놓다 보니 미안함과 죄책감이 그 자리를 차고 들어왔다. 그래서 하게 된 잠자리 독서는 내게도 아이에게도 치유의 시간이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을 읽으며 아이의 눈, 코, 입, 온몸 구석구석 뽀뽀를 하며 잠들기도 했고, 로버트 먼치의 너를 사랑해를 읽으며 훗날 내 품을 떠날 아이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가 귀찮아질 때면 어김없이 사랑이 넘치는 그림책을 골랐다.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한번 더 사랑고백을 하고 내면의 죄책감과 미안함을 몰아냈다. 그렇게 큰아이와 함께한 그림책들은 그대로 둘째에게도 이어졌다.
동생이 생길 거야 라는 책을 읽어주며 둘째를 기다리는 동안 첫째가 가여워 읽어주다 목이 메이기도 했다. 책 속에 담긴 따뜻한 그림과 배려 넘치는 엄마의 말을 내 목소리로 내 아이에게 읽어주며 그 마음을 함께 느끼길 바라는 순간들이었다. 이제는 아이가 책 읽어 주라며 가져오는 책들이 내게는 버거워질 때가 있다. 글밥도 많고 아이의 관심사도 그림책을 읽을 때처럼 단조롭지 않다. 일하고 온 저녁시간 그냥 잠들고 싶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 늦게 잠드는 아이가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만 결코 우리의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함께 보낸 시간만큼 우리는 더 많이 공감하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부모이지만, 마음을 나눈 순간순간들이 조각처럼 모여 아이가 혼자라고 느껴질 때 마음을 채워줄 온기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책을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