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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Oct 27. 2024

삶을 가꾸는 나만의 독서법

<복댕맘>님의 글


 학부모들 사이에 공부머리 독서법이라는 책이 화재가 되었던 적이 있다. 새해만 되면 전 국민의 목표에는 개인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운동,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독서가 들어간다. 누구나 책의 장점을 알고 있지만 찾아서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인 독서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취미로 독서를 해온 나와 같은 사람도 독서 애호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까? 애호가라 하기엔 유명한 고전들, 베스트셀러들도 모르기 일쑤인 나의 형편없는 독서력이 부끄럽기도 하다. 남들은 책 하나만 들으면 그 작가의 전작들을 줄줄이 말하는데, 재미있게 읽어놓고 정작 작가의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내가 한심할 때가 많았다. 

     

 독서모임도 하고 서평단도 신청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때때로 내가 해도 되나? 나정도의 실력으로도 책을 좀 읽는 사람 축에 속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 검열적인 생각이 치밀어 오를 때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한 독서를 하기도 했다. 잘 찾지 않던 고전 서가를 뒤적거린다거나, 요즘 핫하다는 베스트셀러는 장바구니에 담아 생각 없이 배송을 시키기도 했다. 특별한 독서 취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평가에 휘둘렸고, 유행에 민감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나는 깊이 있는 독서보다 활자를 읽어 내는데 급급한 책 읽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는 내 모습에 취해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책을 끼고 다니던 독서 습관에서 벗어나 내면의 나를 깨우고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열어줄 도구로써 독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건 독서 모임을 하면서부터였다. 책을 읽고 한 가지를 정해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본다는 다른 분의 말을 듣고 실천하는 그분의 블로그 글을 보며, 나는 그동안 보여주기 식의 책 읽기를 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책은 책일 뿐 덮고 나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책을 읽고 난 후 앞뒤가 똑같았던 내 모습에서 이제는 마음에 드는 문장을 캐내고, 곱씹으며, 때로는 블로그나 노트에 적어도 본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어서 베껴쓰기를 했는데, 나는 이것이 세간에 유행하는 필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정한 필사란 그 문장을 암송하여 적어내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직도 암송을 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적어는 둔다. 금방 휘발되어 버리는 믿음직하지 못한 나의 기억력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발견한 나만의 보석 같은 문장을 곱씹어 보고 싶어서 적다 보면 조금은 그 문장이 내 안으로 들어와 지지 않나 싶다. 

    

 책 읽기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 왔던 사람으로서 나만의 독서법에 대해 정의 내려본다. 나와 같이 책을 읽어야지 마음은 있으나 실천이 어렵고 일과 육아에 찌들어 자극적인 영상으로 도피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라도 읽어보면 달라진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우선 무조건 책을 펼쳐야 한다.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나와 맞지 않는 책은 온 세상이 추천하더라도 나는 아니구나 적절히 포기하고 이 책 저책을 기웃거리다 보면 마음에 맞는 책을 만날 수 있다. ‘저는 책이 정말 재미없어요.’라고 말하는 우리 반 아이에게 늘 해주는 말이 “너는 아직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한 거야. 그러니까 멈추지 말고 더 찾아봐. 더 읽어봐. 그런 책 한 권만 만나면 분명히 재미있어질 거야. 선생님이 장담해!”라는 말이다. 물론 이 말도 열에 아홉은 무시하지만 한 명이라도 읽는 아이로 바뀐다면 얼마나 큰 수확인가. 매해 독서의 씨앗을 아이들 마음에 뿌리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말씀드리고 싶다. 아직 책이 재미가 없다면, 그것 책 탓이 아니라 아직 재밌는 책을 만나지 못한 거라고.. 그러니까 어서 책을 펼쳐 보시라고.     


 인내의 시간은 어떤 일이건 필요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활동이다. 눈으로 활자를 읽어나가면서 동시에 내용을 생각해야 한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동시에 순간적인 집중력도 필요하다.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고, 스마트 기기에 빠져들고 싶은 유혹도 억눌러야 한다. 아이가 있다면 엄마의 손을 잡아끌거나 읽고 있는 책을 덮어버리는 심술로부터도 방해받기 일쑤이다. 이런 어려운 취미생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기까지 나름의 치열한 독서가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시간이 날 때 책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이것만 하고, 지금은 바쁘니까 라는 말들로 미뤄둔 독서는 시간이 나도 하지 않게 된다. 특히 스마트 폰과 다른 유흥거리 넘쳐나는 현대인에게 시간이 날 때 하는 독서는 실현 불가능한 꿈같은 소리이다. 책을 읽고 남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해야 오늘도 책 읽기에 실패하는 하루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얕은 의지로 책 읽기를 실시할 수 없다면 강제성을 띄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눈을 신경 쓴다. 그래서 나는 혼자 하는 독서지만 좀 더 강제성을 두기 위해 독서 모임이나 독서 인증 밴드에 가입했다. 마감 효과가 대단한 게 평소처럼 시간을 좀먹고 있다가도 인증할 시간이 되면 의무적으로 책을 펼치고 한자라도 보게 된다. 이러한 날들이 쌓이면 어느 날은 책에 몰입해 순식간에 한 권을 독파하기도 한다. 조금 귀찮고 마감의 압박이 느껴져서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습관이 되면 이것 또한 즐기게 된다. 그리고 장점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남과의 긍정적인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독서기록을 보며 나를 반성하고 덤으로 괜찮은 책 목록까지 얻어갈 수 있다. 너무 방탕하게 참여해서 퇴출되지 않는 다면 꽤나 효과적인 독서 환경 만들기가 될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바쁜 일과 중에도 책을 열심히 읽어 나가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의 더 좋은 장점은 나의 소중한 아이들이 책을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한다는 것이다. 책 읽어라 잔소리하지 않아도 엄마가 좋아서 도서관을 가다 보니 아이들도 책을 빌려 읽고, 책 보는 엄마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한두 번씩 책을 열어본다. 그래서 내게 책 읽기는 삶을 가꾸는 활동이다. 지치고 힘든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새로운 앎의 세계로 데려가주고, 내 아이들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이 좋은 책 읽기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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