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댕맘>님의 글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하는 책 읽기
14년 차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단조롭기가 그지없다. 어릴 때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이 새로운 경험들이 많기 때문이란 글을 본 적 있다. 반면 어른이 되면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므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결혼과 출산을 기점으로 나의 시간은 두 배속으로 흐르고 있다.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체로 무덤덤하고 때때로 따분하다.
그래도 소싯적에는 책 좀 읽었던 것 같은데 내 손 안의 스마트폰에 정신이 뺏겨 책을 멀리한 지 꽤 되었다. 애 키운다는 핑계로 하루 24시간 휴대폰을 잠시도 놓지 않고 한 3년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의 세계가 급속도로 좁아졌다.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고 보고 듣는 것도 단편화되다 보니 생각이 굳고 그렇게 굳은 생각으로 행동하다 보니 일상이 더 더 단조로워 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빨간약을 먹고 현실 세계를 깨달아 버린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잘 꾸며진 삶이 사실은 세트 위에서 진행되는 드라마임을 알아버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내 모습이 보였다. 생활에 찌든 피곤한 어른의 모습으로 생기 없는 모습은 나를 몇 년은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과 그냥저냥 보내야지 라는 체념이 다시 고개를 들 때쯤 그냥 이대로는 아니야 라는 마음이 일었다. 주저하기보다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 됐다. 마음을 새롭게 먹었을 뿐인데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환경이 바뀌었다. 전처럼 휴대폰을 하긴 하지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게끔 일과를 구성했다. 늘 가던 사이트만 다니지 않고 블로그도 하고, 밴드도 하며 나를 이끌어 줄 이들을 만났다. 그렇게 2년이 흐른 360도 변화된 나의 모습은 아니지만 때때로 책을 읽을 자 만이 느끼는 기분 좋은 소름 돋는 순간을 만나곤 한다.
이를테면 엘리베이터에서 무심코 본 뉴스 기사의 내용이 이해가 된다. 무심코 흘려들었던 유튜버의 인문학 강의가 귀에 들린다. 그리고 책을 거듭하여 읽을수록 다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책 속에서 비슷한 공통점도 찾게 되었다.
경제서를 보면 돈을 다루는 부자들의 심리 소위 말하는 마인드 셋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다룬 책만도 수십 권을 될 것이다. 이런 것처럼 독서도 마인드 셋이 중요하다. 정말 독서력이 없는 이라면, 오랫동안 독서를 쉬었던 이라면 마음에 끌리는 책을 딱 몇 권이라도 뚫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천지가 개벽하진 않아도 아.. 책 좀 읽을 만하네?라는 마음이 들것이다.
오랫동안 책 읽기를 쉬고 다시 책을 읽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휘리릭 넘기면 새로운 내용이 올라오는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보니 종이책은 어쩐지 답답한 느낌이다. 호흡이 긴 문장은 몇 번을 다시 끊어 읽어야 했다. 그럴 때 혼자서 읽기는 많은 유혹에 넘어간다. 피곤하니까, 이 드라마가 재밌으니까, 휴일이니까, 애가 우니까 수십 가지의 변명거리로 나를 책에서 멀어지게 했다.
책 읽는 게 좋아서, 책도 좋고 책을 읽는 나의 모습도 좋아서, 좀 더 읽고 싶어서 그렇게 독서모임에 참여하다 보니 이제는 갈증이 생긴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독서 내공도 길러졌다. 좀 긴 책도, 좀 두꺼운 책도, 인문학 책도, 심지어 미치게 어려운 철학책도 조금은 읽힌다. 여러 책들을 읽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비슷한 책들이 한데 묶이며 시너지가 생긴다. 이런 느낌은 독서모임에서도 많이 받았다. 한 책을 읽고 너무 다른 부분을 말할 때도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이것이 책이 알려주는 인류의 비밀이 아닐까 한다. 가장 단순한 생각들이 가지를 치고 쳐서 이렇게 복잡한 개념을 구성하게 된 거라고. 그래서 우리가 그 한 가지 한 가지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가장 근원의 뿌리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진정으로 좋아서 책을 편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행복하고 책을 덮고 나면 새롭게 보이는 세상이 좋아서 행복하다. 책을 통해서 단조로운 내 일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책은 가장 쉬운 변화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