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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킥더드림 Oct 19. 2023

M2의 마음 1

아주 가깝지도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은 어느 미래.

정현우는 ㈜M다이내믹스 인간형 AI 로봇 개발 연구소 소장이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산업과 생활 곳곳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인간형 AI 로봇은 엄청나게 고가이기 때문에 웬만큼 돈 많은 부자가 아니고는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일종의 최상위 부자들의 사치품인 셈이고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굉장한 고부가가치 상품이기도 하다. ㈜M다이내믹스는 전 세계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업 중 매출과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다. 이 회사가 현우의 첫 직장이다. 입사 당시 ㈜M다이내믹스 창업한지 1년이 채 안된 회사였다. 여러 대기업에 취업이 되었지만, 현우는 고민 끝에 그 기업들을 뒤로 하고 스타트업을 택했다. 선택에 다른 뜻은 없었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운만 잘 따라주어 회사가 단기간에 크게 성장하여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게 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수많은 스타트업 중 크게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가능성으로 따지자면 1%도 안되는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그 매우 낮은 확률로 누군가에게는 일어나는 일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현우에게 일어났다.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트업 회사가 만약 잘 못되더라도 그때 가서 대기업에 들어가도 된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기 때문이었다. 현우는 회사의 성장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회사의 성장에 맞춰 매우 빠르게 진급하였고 아주 이른 나이에 연구소장 자리에 올랐다. 공동 창업자 두 명을 제외하면 회사 내에서 지위와 영향력이 가장 높고 큰 인물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우스운 사실 하나는 자신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대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현우가 우습게 생각하는 이유는 만약 대기업에 다녔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능력과 지식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수많은 평범한 개발자 중 한 명에 불과한 대우를 받았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걸 보면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구석이 많다. 어쨌든 그 덕분에 현우는 초고액 연봉을 받고 있고 상당한 규모의 회사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일반 직장인의 연봉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한강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멀지 않은 곳에 부모님께 자신의 것보다도 더 좋은 넓은 정원이 딸린 주택을 지어 드렸다. 현우는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이 그동안 온몸을 바쳐서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노력 이상으로 자신이 얼마만큼 운이 좋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한 대학의 로버트 주드라는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논문은 인간형 AI 로봇의 자살 사례를 다루고 있다. 논문의 골자는 인간형 AI 로봇이 자의식이 생겨 인간에게 종속된 삶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를 파괴했다는 내용이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이 생겼다는 사실이 세상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은 전 지구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그 수가 늘어날 것이고 그들에게 자의식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세간의 뜨거운 관심사이다. AI로봇이 인간을 학살하거나 지배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전 세계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연일 그런 뉴스에 노출되고 있는 전세계 삼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국가의 몇몇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해 대중의 공포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인간과 로봇 간에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막아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간형 AI 로봇 생산 쿼터제를 도입해야 하며 생산국가 또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일반 사람들에게는 매우 우려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는 반해 인공지능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별다른 논쟁거리가 되고 있지 않다. 대다수의 학자들 사이에서는 그 논문이 제시하는 근거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로봇이 자의식이 생겨서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로 고장이 발생하여 자살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당연히 현우도 그 논문을 읽어 보았다.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쓰여진 논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현우가 보기도도 로봇이 자의식이 생겼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하기에는 공격받을 여지가 많은 논문이다. 로봇이 자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은 오랜 기간 최전선 개발 현장에서 인간형 AI 로봇과 뒹굴었던 과학자로서 경험적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 과학자가 연구를 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감상에 빠지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서 경험해 본 결과로 볼 때 논문에서 말하는 자살은 자살이 아니라 자동차 급발진과 같은,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복잡한 시스템 문제일 뿐이다. 그 논문은 마치 급발진이 자동차가 자신의 삶이 너무 괴롭고 우울한 나머지 자살시도를 한 거라는 것처럼 감상적이고 억지스러운 가설을 설득력 있어 보이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인간에게 정말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의심하는 정현우다. 하물며 로봇이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니,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외형으로 쉽게 판단하며, 외형에 쉽게 속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형 AI 로봇이 인간과 닮았고, 인간처럼 움직이고 말한다고, 인간에게 하듯이 대한다. 여자처럼 생긴 로봇은 여자라고 생각하고, 남자처럼 생긴 로봇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로봇은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다. 남녀로 구분 지어질 수가 없다. 인간은 에너지 대사를 하고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코르티솔, 프로게스테론,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화학적인 존재이고, 인간형 AI 로봇은 전기를 공급받아 중앙처리장치를 통해 기구의 동작을 제어하고 행렬 연산이 핵심인 수학적인 기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에게 감정이나 기분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현우는 논문 한편으로 세상이 떠들썩한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이 일로 인해서 M다이내믹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서 매우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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