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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

유방암 방사선 치료과정과 유의점

by 나즈 Feb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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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도서관에서 본 책 제목이다. 이런 제목만 눈에 들어오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은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작아져 별 것 아닌 일에도 서운함을 느끼곤 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살던 내가, 환자의 존재가 부담될까 신경 쓰곤 했다. 친구들에게 만나자는 말을 먼저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환자가 보자는 약속은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부담, 민폐 같은 건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좀 더 친해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생각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난, 더 나아지고 있는 건지 퇴보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시절이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건 좋지만,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건 싫은데 절충선이 어딘지 찾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한때 그랬다는 얘기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곰과 같은 맹수도 다치고 힘들면 동굴 속으로 숨어든다고 한다. 치유를 위한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 웅크린 시간이었다.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

나를 동굴 속에서 걸어 나오게 한 건 다름 아닌 방사선 치료였다. 방사선 치료가 매일 있어 다른 생각할 여력이 없어졌다. 매일 병원에 가야 했고, 치료받은 부위 상처관리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은 또 나를 찾았다.

방사선과 교수는 일반 방사선 치료를 할 것인지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를 할 것인지 내게 물었다. 처음 들어보는 3차원 뭐시기가 뭔지도 모른 채 결정하라고 했다.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는 1회당 치료비용이 5만원 더 나오고, 설계비용도 20만원 더 나와서 19회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115만원 정도 비용이 더 나온다고 했다. 일반 방사선 치료로는 46만원이 드는데,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비급여로 161만원이 드는 것이다.

어떤 것으로 하든 암세포의 잔존을 다 없애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교수에게 물었다.


"암세포를 죽이는 데 어떤 게 더 정확한가요?"

"효과는 비슷합니다."

"신기술 치료면 효과가 검증된 건가요?"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는 국내 병원 5곳 정도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치료 효과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슷하다고 했다.

유방암이야기 카페에서 보면, 방사선 치료받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치료선이 지워지는 것이라 했다.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는 치료선을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치료 시기가 여름이라 더욱 그랬다. 치료선을 그리지 않아 마음대로 샤워를 할 수 있다 하지 않은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던 시기라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딨을까 싶었다.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가 뭔지 잘 몰랐음에도 이 결정은 비교적 쉬웠다.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 치료 _국가암정보센터 홈페이지

<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란 >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는 일반적인 방사선 치료에 비해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는 치료의 계획과 작업이 2차원적이라 종양 세포 외에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입체조형치료는 치료부위 내의 정상 조직을 제외하고 종양이 있는 부위에만 방사선이 들어가도록 하여 치료의 효과를 높이면서 정상 조직을 가능한 보존하기 위한 치료 방법입니다.

<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의 원리 >
최근에는 컴퓨터와 방사선치료 기기의 발달로 환자로부터 얻은 CT(전산화단층촬영)나 MRI(자기 공명영상)의 진단 영상들을 첨단 전산화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 시에도 이를 이용하여 종양 부위와 정상 장기들을 입체적으로 정확하게 재구성하고, 방사선을 쪼여주는 종양 부위의 위치와 방향을 역시 입체적으로 조절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즉, 주변의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이 조사되도록 하여, 종양의 모양과 거의 같은 방사선 분포를 갖는 3차원적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3차원 방사선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3차원 입체 치료계획용 컴퓨터와 방사선 조사에서 바라본 인체 내부 구조(beam's eye view)를 3차원적 영상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해 주는 입체조형 모의치료기, 입체조형 치료가 가능한 선형가속기 등이 필요합니다.
보편적인 방사선치료는 1~4개 정도의 동일 평면 조사면을 사용하는 반면 3차원 입체조형치료는 4~10개 정도의 동일 또는 비동일 평면의 조사면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치료 시간이 좀 더 많이 소요되나 정상조직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을 극소화시킬 수 있으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종양 부위에 더 많은 양의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어 치료 효과, 즉 암의 완치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의 적응증 >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는 신체의 거의 모든 부위에 생기는 종양들에 적용이 가능하며 특히 뇌종양, 두경부종양, 폐암을 비롯한 흉부종양, 간암 담도암 및 전립선암을 포함한 골반 부위의 종양들에서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출처 : 국가암정보센터 https://www.cancer.go.kr/lay1/S1T292C293/contents.do
 



방사선 치료 시 주의사항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어느 방사선과 교수가 설명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폐암 환자나 다른 암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를 수월하게 받는데, 유방암 환자들이 유독 방사선 치료에 대해 질문과 부작용 문의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유방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안 받고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 방사선 치료를 힘들어한다는 뉘앙스였다.

항암치료에 비하면 방사선 치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이 의료진이나 환자들 사이에도 있다. 점심시간에 방사선 치료를 받고 직장으로 복귀해 직장생활을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가 만만하고 쉽게 볼 일만은 아니었다. 치료 후 화상 입은 것처럼 살껍질이 벗겨졌다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치료 부위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니 말이다.


방사선 치료 시에 열, 건조, 상처를 조심하라고 했다.

사우나 금지

피부자극 금지(마사지, 침, 뜸, 찜질 금지)

치료 연고 매일 바르기

StrataXRT 방사선 치료 연고를 매일 바르라고 했다. 비싼 연고이니 3-4방울 떨어뜨려 얇게 펴 바르라고, 하루 한 번 밤에 잠들기 전 도포하라고 했다.

그런데 나의 치료 시간은 오후 4시,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었다.


"아침운동하고 와서 씻고 치료 4시간 전에 연고를 바르고 와도 되나요?"

"안됩니다. 하루 한 번, 잠들기 전에 바르세요."


StrataXRT 방사선 치료 연고는 방사선 치료할 때 보호막을 형성해 준다고 했는데, 치료 직전에 바르면 미끄러워서 치료에 방해된다고 했다. 치료에 방해되지 않게 아침에 운동하고 와서 치료 4시간 전에 바르고 오면 될 것 같은데, 안된다고 했다. 방사선사에게 같은 질문을 했으나, 연고에 관한 것은 간호사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결국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대란 시기에 치료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었으니까.


방사선치료 연고_StrataXRT방사선치료 연고_StrataXRT
< StrataXRT 제품 안내서 >

 방사선 치료로 인한 열상 및 피부염등의 피부에 적용하여 손상된 피부를 보호하고 흉터를 관리하기 위한 제품입니다.

- 방사선 치료 중 연고 도포 -
피부에 보호막을 형성하여 방사선 치료로 인한 열상 및 방사선 피부염 등의 피부 손상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함입니다. 피부건조, 가려움, 벗겨짐 등의 가벼운 염증반응 단계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좀 더 심한 염증반응 단계에서 보이는 통증, 발열, 발진 등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 사용방법 -
1. 뚜껑을 개봉한 후, 칼이나 가위로 팁 부분을 잘라줍니다.
2. 방사선 치료 첫날부터 끝날 때까지 바릅니다.(치료 전/후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3. 하루 1-2회, 밤에 잠들기 전에 도포합니다.(주말 동안에도 연고를 사용해 주세요.)
4. 방사선 치료부위 기준선이 지워지지 않도록, 선을 기준으로 0.5cm 간격을 두고 도포합니다.
- 방사선 치료 부위가 깨끗하거나 건조한지 확인합니다.
- 겔을 도포하기 전 과도한 분비물이나 삼출물은 가능한 부드럽게 두드려 건조시킵니다.
- 5~6분이 지나도 마르지 않으면 너무 많은 양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럴 경우 티슈로 부드럽게 적당량을 닦아 제거해서 건조시킵니다.
5. 성분 : 실리콘(dimethicone), trimethylsiloxysilicate, dimethiconol, C-30-45 alkyl methicone


치유하느라 드는 에너지


방사선치료 첫날엔 1시간이나 일찍 갔다. 그런데 일찍 갈 필요가 없었다. 시간 예약된 순서대로 치료하기 때문에 예약시간 10분 전에 가서 준비하면 될 일이었다.

치료 시간은 처음엔 남아있는 시간대를 할 수밖에 없었고, 5회 차가 돼서야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치료시간은 10분 정도로 짧은데 그 시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회차가 진행될수록 체감하는 시간은 짧아졌다. 대신 열감과 붓기가 얻었다.


사선 치료를 받고 나오면 이상하게 전신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방사선을 쪼이는 것 자체가 통증도 없고,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서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느낀 피로는 기분 탓이 아니었다. 매일 병원에 오가면서 생긴 피로감도 아니었다.

정상 세포를 재생시키는 데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유방암수술하고 난 뒤 엄청 피곤했던 일주일처럼, 몸 안에서 방사선 공격받은 정상 세포들이 치유하느라 에너지를 써서 힘든 것이었다.

방사선 치료 중 식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 나의 생존본능은 어찌나 강한지 더 열심히 먹었다. 수술했을 때처럼.

그리고 기운이 없으면 먹고 잤다.

몸의 컨디션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할 여력이 없어진 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방사선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

방사선 치료받는 동안, 의료대 위에 웃통을 벗고 두 팔을 만세하고 올리고 있는 자세만으로도 수치스러웠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선에 맞추느라 내 몸뚱아리를 오른쪽으로 밀었다가, 어깨를 끌어내렸다가, 엉덩이를 왼쪽으로 밀었다가 하는 행동은 내 몸뚱아리가 잘못한듯한 죄책감이 들게 만들었다.

가운을 벗고 의료대에 누웠는데 CT 찍은 사진과 뭐가 안 맞는지 방사선사가 자세를 바로 하라고 했다.


“몸에 힘 빼세요”

하면서 내 몸을 여기저기 움직여 맞춘다. 이때부터 안절부절, 내가 뭘 잘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지? 이렇게 하라는 건가?'


그래도 안 맞았는지 다시 또 명령한다.


"어깨 내리세요."


계속 움직이지 말고 힘도 빼라고 한다. 힘 다 뺐는데 어쩌라는 건지. 혹시 살 때문에 힘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양팔을 올리고 상의를 벗은 채 의료대 위에 올려져 있는 내 육신.

그걸 고기 다루듯 척척 움직여 선을 맞추는 방사선사.

내 몸뚱아리가 정육점 도마 위에 올려진 고깃덩어리가 된 기분이다.


첫날과 둘째 날은 발이 의료대 옆으로 툭 떨어질 것 같았다. 몸에 힘은 주지 않으면서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발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힘을 주면서 몸이 경직되었다.

삐 삐 소리가 나고, 치료대가 왔다 갔다 움직이며 빨간 불이 방사된다. 어떤 때는 철컹하는 소리가 들려 기계 고장인 건가 싶어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럴 땐 눈을 감아버렸다. 눈뜨면 놀라서 움직이게 될까 봐서였다. 치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움직이지 말라는 말이다. 방사선 설계 선에 맞춘 그대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숨도 크게 쉬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자꾸 숨이 크게 내쉬어진다. 배가 불룩해질 정도로 크게 숨 쉬고 있는 내가 느껴질 때가 있다. 작게 숨을 쉬어야 한다고 의식하는 순간 호흡은 더 불안정해진다.

치료받으러 가기 전에는 최대한 속을 비우고 갔다. 치료받다가 속이 부글거릴까 걱정되기도 하고 배를 드러내고 누워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방사선사의 발소리가 들리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치료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혼자 치료실에 남겨져 치료받다가, 치료가 끝나면 방사선사가 기계를 정리하러 들어온다. 그 발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렇게 웃통을 벗고 누운 상태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방사선사다.

첫날 둘째 날 남자 방사선사는 무뚝뚝했다. 반면 여자 방사선사는 친절했다. 친절이라고 해봤자, ‘고생하셨어요’라는 말을 하거나 치료가 끝난 후 서둘러 가운을 입는 내게 천천히 하셔도 된다며 가운을 들어주는 정도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의 영향력은 컸다.

친절을 남자와 여자의 차이로 생각한 나의 편협함을 깨주기라도 하듯 셋째 날 방사선사는 남자였는데도 친절했다.

그의 친절과, 또 다른 그의 무뚝뚝함의 차이는 정말 미미했다. 친절 또한 별 것이 아니고, 무뚝뚝함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치료실에 들어간 환자에게 그 차이는 엄청나게 크게 느껴진다.

움직이지 않아야 암세포에게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다. 정상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니 가만히 있어야 한다. 잘못해서 폐에 조사되면 폐렴이 올 수 있다.

이런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인 환자들에게 방사선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친절한 방사선사와 무뚝뚝한 방사선사 둘 다 같은 행동을 한다. 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방사선 기계에 맞추는 행동이다. 그런데 같은 행동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내 몸뚱아리를 처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고 느껴졌다면,

방사선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에

내 몸을 치유하고자 돕는 행위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친절한 그 방사선사가 다음 날부터 다른 치료실로 옮긴다고, 혹시 사람이 바뀌어 당황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린다는 말을 듣고는, 빵집에 가서 간단한 선물을 샀다. 직접 드리지는 못했다. 선물을 안 받을까 봐 방사선치료실 간호사 선생님께 전해달라고 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앞으로 오는 환자들에게도 지금처럼 친절함을 유지해 달라는 부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나를 돌보는 시간

투병생활은 수술하고 치료받는 시간이 오히려 가장 편한 시간 같기도 하다. 수술을 기다리고, 치료를 기다리고, 잡히지 않은 일정을 기다리는 막막함을 견디는 일이 더 힘들다. 방사선 치료 기간은 나를 꼼꼼하게 돌봐야 하는 시간이었다. 육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해지는 시간이었다.


19회 치료 때마다 아침 출근시간을 피해 일찍 와서 들르던 카페에 앉아 생각했다. 장맛비 사이에 비가 잠깐 그치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책은 2022년에 유방암 환자인 올케에게 선물해 준 책이다. 그런데 내가 유방암에 걸려 이걸 다시 주문해서 읽게 될 줄이야.

초이샘 집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초이샘의 발병 이후 병문안차 여러 번 집에 갔었다. 나의 발병 이후 초이샘 집 방문은 처음인 날이었다. 초이샘이 남편에게 내가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어 힘든데도 온 거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초이샘 병문안 오던 사람이었다가, 갑자기 같은 병에 걸려 나타난 나를 보는 남편의 시선을 잠시 생각해 보았달까.


날 골탕 먹이려고 짠 것처럼, 인생을 우습게 보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려는 것처럼 인생은 그렇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으로 나를 밀어뜨렸다.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내게 일어났고,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먹거리를 정성껏 챙기고, 영양소를 생각하며 채소를 챙겨 먹는다. 그리고 내 몸을 세심하게 살핀다. 매일 상처부위에 연고를 발라야 해서 밤마다 씻고 연고 바르고 말리는 일을 집중해서 한다. 머리를 말리면서 이렇게 구석구석 머리를 말린 적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먹는 걸 챙기고, 내 몸을 살피고 돌보는 일에 시간을 내는 것이 아까웠다. 하는 일이 많아서 그 일에 낼 시간이 없었다. 먹는 걸 챙기는 것도 몸을 돌보는 것도 이렇게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란 걸 몰랐다. 집은 나에게 잠자는 곳일 뿐이었다. 씻는 것, 먹는 것은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엔 자는 것, 먹는 것, 몸 돌보는 일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한다.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고, 잘 자고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뭔가 해낸 것처럼 뿌듯하다.

요새는 자려고 누울 때가 가장 좋다. 씻고 연고를 바르고 말리고 머리까지 다 말리는 1시간의 과정을 다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가장 뿌듯하다. 오늘도 중요한 일을 끝낸듯한 뿌듯함이다.


갑작스레 닥친 상황 속에서도 난 또 길을 찾아내고 있다. 가끔 동굴로 숨어들 때도 있지만.

찬찬히 내 몸을 돌본다.

내 삶을 돌본다.

이전의 난 나를 돌보지 않았다. 내 몸도 삶도.

미안하다. 나의 몸아, 삶아.

어디 딴 데 정신을 파느라 널 돌보지 않고 그리 살았니.



< 유방 방사선치료로 인한 피부 변화 및 관리방법> _대학병원 안내문

1. 방사선 치료 중 피부 변화 및 관리
1) 피부 변화
치료 횟수가 누적될수록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붉게 변함
가렵고 따가움
건조함
열감

- 피부색이 검게 변하고 유방이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대부분 회복하지만, 일부는 색소 침착이 장기적으로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 치료 중에 유방이 부을 수 있고, 치료 종료 후에는 유방이 뭉치는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유방이 붓는 정도는 개인차이가 있는데, 부드럽게 풀리는 데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시간이 걸립니다.

* 방사선 회귀 : 방사선 치료가 끝난 후에라도 다른 치료(항암화학요법 등)를 받는 도중에 이전 방사선치료에 의한 피부 손상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피부관리
- 방사선 치료 부위 및 주변 피부에 찜질이나 마사지, 적외선 온열 치료 등을 하지 않습니다.(고온, 마찰로 인한 2차 손상이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 수건으로 문지르면 피부가 상할 수 있으니, 가볍게 두드려 수분이나 땀을 건조시킵니다.
- 방사선치료 중 바르는 연고는 치료 직전에는 바르지 않도록 합니다.
- 열감이나 가려움이 심할 경우, 담당 지정의와 상의하여 화상연고 등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 냉찜질을 할 수 있으나 절대 직접 대지 않고 다음과 같은 방법을 따릅니다.

*냉찜질하는 법
- 냉동실에 PET 병을 얼립니다.
-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PET 병을 수건으로 감쌉니다.
- 수건으로 감싼 PET 병을 이용하여 찜질하되, 한 부위에 너무 오래 대지 않습니다.(10초 이내)
단, 피부 손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담당 지정의와 상의합니다.

- 치료부위에 물집이 잡히거나, 진물이 나는 경우 담당 지정의와 상의합니다.
- 절대 피부 손상 부위를 긁거나 문지르지 않습니다.
- 손상된 피부가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꽉 끼는 옷에 쓸리지 않도록 합니다.

2. 방사선치료 후 피부관리
1) 주의사항
- 미지근한 물로 샤워합니다.
-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피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피부색과 유방 부종이 더디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 방사선치료로 인하여 피부가 약해져 있으니 6개월 동안 때를 밀거나, 세게 문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 치료 후 2개월간 통목욕, 찜질방, 사우나 등은 피해야 합니다.

2) 크림 도포
- 치료가 종료된 후부터 6개월간 매일 1-2회 꾸준히 도포합니다.(피부진정 및 보습과 피부색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 크림은 처방전이 발급되지 않으며, 필요할 경우 병원에 내원하여 의료기상에서 구입 또는 간호사실로 방문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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