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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환자와 보호자의 갈등

뇌졸중 이후 이것때문에 다투지 마세요




환자 vs 보호자


뇌졸중 이후 가장 힘든 날들을 보내는 사람은 당연히 환자 본인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힘든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 가족들일 것이다. 특히 바로 곁에서 간병해주는 주 보호자. 뇌졸중으로 병원에서 생활하게 되면, 특히 신체 후유증이 크게 남은 경우에는 환자의 일상생활 거의 전반을 누군가가 도와주어야만 한다. 전문 간병사에게 맡기는 경우도 흔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들은 배우자, 부모, 자식이 도맡아 간병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간병비용을 감당하기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환자를 24시간 밀착케어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느낄 생활의 불편함이나 정서적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가족들이 나서는 편이다.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남편이 직장을 쉬면서까지 내 곁을 지켜주었고, 남편이 직장으로 가야하면서 친정엄마께서 내 곁을 지켜주셨다. 갓난아기의 양육에는 시어머니께서 힘써주셨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말도 안 되는 상황들로 친정엄마, 시어머니 모두 하고 있던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나의 빈자리를 대신해주셨고, 고생도 많이 하셨다. 친정엄마는 척추 디스크, 협착증, 분리증, 전방전위증 등 척추질환이라면 없는 게 없는 정도로 허리가 안 좋으신데, 좁디좁은 병실에서 그것도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나의 수발을 들며 수개월 간 생활하셨다. 오랜 기간 직업병으로 인한 방아쇠수지증후군으로 수술까지 하신 시어머니는 손주를 키워주시기 위해 아들의 집이지만, 며느리의 공간이기도 한 우리 집에서 불편한 손으로 살림을 도맡아 해주셨다. 웬 난리도 이런 난리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환자도 환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지만,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다. 집에 환자 한명만 있으면 그 집은 풍비박산 된다는데, 정말 그랬다. 그리고 그 말을 수 없이 들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나의 잘못이 되어버렸다. 내가 쓰러지고 싶어서 쓰러진 게 아닌데..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이런 서운함과 서러움, 억울함들을 대부분의 환자가 겪는다.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상황들이 환자라고 속편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건 마찬가지인 보호자들도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려줄 수는 없으니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들이 대부분 원인제공의 공(?)이 제일 큰 환자에게로 향한다.


뇌졸중 초기에 자꾸 자는 이유


뇌졸중은,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뇌혈관의 병 이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_네이버 지식백과)혈관이 막혀서 뇌손상이 된 뇌경색이든, 혈관 파열로 뇌손상이 된 뇌출혈이든,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가 손상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의 몸은 인체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이상의 문제를 막기 위한 여러 방어기전들이 있고, 스스로 치료를 하려는 시스템이 되어 있다. 뇌가 손상되면, 뇌는 더 이상의 과 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외부자극에 대한 각종 정보들을 처리하고 반응을 하는 것이 뇌의 주요기능인데, 배터리가 부족한 휴대폰이 절전모드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뇌도 손상이 일어나면 절전모드로 전환한다. 뇌가 휴식을 취하는 순간은, 잠을 자거나 멍 때리는 일이다. 안정적일 때 나오는 알파파의 뇌파를 계속해서 만들려는 시도를 나도 모르게 몸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뇌손상 직후에는 그렇게 잠이 쏟아진다(개인생각). 4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만 다양한 활동을 하면(자극을 받으면) 뇌가 쉬고 싶다는 뜻인지 잠이 몰려온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에너지 소모가 큰일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잠이 쏟아지는 것으로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초기에는 수많은 약물들로 잠이 오기도 한다. 뇌졸중으로 일어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약물 처방이겠지만, 환자들 하나 같이 대부분 노란색의 투명액체나 하얀색 수액을 달고 있는데 안정제 비슷한 그런 것인지 다들 늘어지는 약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자주 들은 바 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로는 뇌가 절전모드에 들어가면서 잠이 쏟아지는 것으로 보는데, 이유가 뭐가 되었든 보호자들은 매사에 적극적이지 않고 틈만 나면 잠을 청하려는 환자의 모습이 도통 이해되지 않나보다. 보호자들 자신이 하는 고생에 보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일까. 아무튼, 나는 발병 전에도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어 체력이 약한 편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출산 후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은 발병 초기에 내가 자려고만 할 때도, 충분히 자고,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하지만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나는 점점 만성 뇌졸중 환자가 되면서 접하는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의 이런 오해나 갈등을 보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환자의 속사정은 모른 채 잠만 잔다고 구박하는 보호자나, 그런 구박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당하고(?)만 있는 환자나, 서로가 이해는 되지만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이 난감하기도 했고, 사람들의 무지가 불편해서 써 본다.


결론! 뇌졸중초기에 환자가 잠만 자려고 하는 것은 인생을 포기했다는 것이 아니다. 뇌손상으로 인해 잠시 절전모드를 켰을 뿐.



치료방향에 대한 갈등


앞서,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한 신경계치료법에 대해 쓸 때도 언급한 적이 있다. 재활치료를 위한 치료법이나 치료방향에 대한 갈등이 생각보다 많고,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 결론 없는 싸움만 계속된다. 나는 크게, 완치될 때까지 보바스치료를 계속 받느냐, 치료 없이 개인 운동으로 극복하느냐 사이에서 가족들과 갈등이 많았다. 4년이 지난 지금의 결론은, 치료비나 시간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될 많은 부분으로 인해 후자를 택했다. 뇌졸중 발병 4년이 되니 내 몸에만큼은 웬만한 의사나 치료사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고, 그에 맞는 훈련과 운동들을 스스로 하고 있다. 이쯤 되니 뭐가 필요한지도, 무슨 운동을 해야 될지도, 무엇을 조심해야 될지도 대충 알겠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치료를 계속 받으면 더 좋아질 텐데, 치료 포기하지 말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뇌졸중과 뇌졸중 재활에 대해 책을 쓰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 나에게 남은 신체적 불편함이나 뇌졸중 후유증은 나의 삶에서 이제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회복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물론, 치료를 계속 받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치료를 받을 때만큼은 다르긴 하니까. 그런데, 그 느낌이 단순히 중독 같은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치료할 때 느껴지는 치료의 달콤함과 회복에 대한 기대감 또한 그 순간뿐이라는 것도.. 하지만 한창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때 겪었던 치료방향에 대한 갈등이 마음에 상처가 된다는 것도 알기에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 의미 없는 갈등에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한다.

환자들이 치료시간에 했던 것을 혼자 할 수 있다? 거의 불가능하다. 뇌졸중 재활의 핵심은 올바른 뇌신경자극을 통해 뇌신경연결을 유도하여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지, 단순히 아령 몇 개 더 들고, 계단 몇 칸 오르내리고 하는 것으로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활동도 하고, 뭐라도 해서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보호자들의 마음도 잘 알겠다만, 아직까지 사회적인식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눈에 보이는 후유증을 줄이려면 섬세하게 재활치료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보호자 마음에 드는 재활치료나 운동보다는 무슨 치료나 운동이 됐든 간에 환자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치료나 운동을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치료방법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환자가 몸으로 느끼며 하는 움직임인지가 중요하다.



배운 대로 힘을 주라니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다툴 때 많이 들을 수 있는 또 하나는, ‘치료시간에 한 대로 좀 해 봐’ 이다. 치료사들의 손길(?)이 닿으면 환자들의 움직임은 확연히 달라진다. 그런데 치료시간이 끝나고, 병실에 오거나 자율운동을 하면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똑같은 움직임이 나오지 않는다. 치료시간엔 전부 다 될 것만 같던 움직임들이 전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지, ‘치료시간에는 했으면서 왜 못 하냐, 배운 대로 해봐라, 했던 대로 힘 줘봐라’같은 말들을 한다. 마음은 알겠으나 뇌에 대해서도, 심지어 뇌졸중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언행이라고 생각한다. 치료시간의 그 자극을 기억하고 그대로 흉내 낼 수 있다면 병원에 갇혀 지내면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치료사의 자극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그 자극에 대한 반응에 명령하는 뇌가 손상되었으니, 어쩌다 신경연결이 잘 되면 반응이 잘 될 수도 있겠으나 그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뇌졸중이다. 치료사들은 뇌신경 전달이 잘 되는 포인트들을 잘 아는 것이고, 보호자가 지켜보는 재활치료는 치료사의 쇼맨십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보호자는 어디 잘하나 두고보자는 시선으로 치료사와 환자를 지켜보지 말고,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올바른 자극을 줄 수 있는지, 치료사 대신 해줄 수 있는 도움이 뭐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배우라. 환자가 보호자에게 치료사만큼 해줄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뭔가 해주는 것을 귀찮아하지 말고 정성들여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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