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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Oct 19. 2023

질문의 목적

 질문과 관심. 두 단어는 이란성쌍둥이임이 틀림없다. 질문이 물음표라면 관심은 느낌표겠지?! 지금까지 지켜본 바 대부분의 질문 아니 좀만 과장 덧붙인다면 모든 질문에는 관심이 실려있다. 다만, 관심의 방향만 다를 뿐. 방향에 따라 구분해 보면 3가지로 펼쳐진다.

첫 번째. 상대에게 내 관심의 화살표가 꽂히는가
두 번째. 관심이 도달하게 되는 최종 종착지가 나인가
세 번째. 누구에게도 향하지 않는 허공에 관심을 던져버리는가


 기억이 드문드문 나지만 (사실 구전동화처럼 부모님께 전해 들은 내용이겠지만) 5살쯤엔 물음표 살인마였다. 누나 유치원에 따라가 선생님의 모든 질문에 손 들기. 선생님은 그게 귀여웠는지 매번 받아주셨다. 앞으로 나와 말해보라는 말에 비장하게 나가서 당당히 가만히 있었다. 수업을 참관하던 엄마는 인상 깊었는지 지금까지 그 장면이 생생하다고 한다. 그 당시 나에게 질문이란 것은 온전히 두 번째 방향성, 즉 관심받고 싶어 하는 몸부림 그 자체였다.


 학교 수업에서 쉬는 시간 되기 몇 분 전 질문을 하는 학생이 꼭 있다. 그 눈치 없는 사람이 나였다. 수업의 맥을 끊기보단 본문 옆에 질문들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끝날 때까지 답이 무엇일지 고민해서 그렇다. 일대다 수업 특성상 학생은 선생님과 라포 형성을 하기 쉽지 않다. 유일하게 일대일의 순간이 되는 건 오직 질문뿐이다. 그 분야의 전문가인 사람과 관심을 보이는 학생. 이실직고하자면 수시를 지원하는 나에겐 선생님들과의 친근한 관계가 중요했다. 질문 속에 담긴 관심의 방향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남을 향한 관심과 나를 봐달라는 관심의 질문) 그 사이였다.


 회사에서는 어떨까? 인턴일 때와 정규직 사원일 때에 따라 질문의 결이 살짝 달랐다. 인턴이었을 때에는 나만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였다. 주어진 일이 없으면 불안할 때. 제발 뭐라도 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 때. 일이 주어지면 5살쯤으로 돌아간 듯 물음표 살인마가 된다. 인턴이라 쉴드가 가능한 질문들. ‘아이데이션은 워드로 하는 게 나을까요? PPT로 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자주 혼날만했구나... 생각나게 하는 수준의 질문투성이다. 나의 열정과 질문의 양이 동일한 것이란 착각을 하는 시기였다. 학교 생활에 내가 지니고 있었던 ‘질문의 목적’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사회초년생의 귀여운 열정이라는 정도로 합리화하고 싶다.


 인턴을 거쳐 안정적인 사원의 반열에 들어서면 질문의 목적이 변한다.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란 더킹 명대사처럼 유유자적 흘러간다. 광고회사 특성상 떠나는 사람과 새로운 사람의 교차가 빈번하다. 떠나는 사람에겐 향후 계획을 새로운 사람에겐 현재 취향을 묻는다. 오로지 질문의 방향 첫 번째에 해당될 때가 많다. 다만 누군가가 다른 팀원의 뒷담화를 하거나 이런저런 불평을 펼칠 땐 세 번째 방향, 즉 허공에 관심을 돌리는 질문을 하려고 한다. 뒷담화에 동조해 달라는 질문에는 허공에 쏘아 올리는 맞질문으로 대처하는 편. 굉장히 뜬금없더라도 다른 포인트의 질문을 한다든지. 문득 생각난 듯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말을 던진다든지. 아직 노하우가 부족해 쉽지 않다. 보통은 “아 그래요?”의 반복으로 물음표를 보낸다. 다음 같은 말을 하더라도 대답은 같다. “아 그래요?” 어디를 가나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꼭 있다. 세 번째 질문의 스킬을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받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시간이 된다면 관심을 허공에 던져버리는 질문 리스트도 작성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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