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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Mar 03. 2022

이별을 작별이라 부릅니다

 가슴 아픈 이별을 아직 경험하진 못했다. 그런 이별은 모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떤 감정일지는 표면적으로만 안다. 이별을 겪은 친구의 한탄을 들었고, 이별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었고, 이별을 결심하는 표정을 봤기에. 나에게 이별이란 누군가의 이별이다. '이별'에 나의 추억이 담기기 전까진 작별에 가깝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많은 이별을 한다. 이별의 허들이 높지 않기에 매일매일 새로운 이별을 한다.


 "먼저 왔으니까 먼저 갈게" 술자리 중 일찍 가려는 친구의 말이었다.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차마 붙잡지도 못하게 한 말. 다시 생각해 보면 먼저 온 사람이 왜 먼저 가야 하는지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단지 말장난뿐. 하지만 먼저 가야겠다는 명징한 태도가 느껴진다. 아주 잠시 나에게서만 아우라를 뿜어낸 그는 수많은 이유를 막론하고 집에 갈 수 있는 든든한 필살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별은 만남에서 비롯된다. 만남은 어디서든 가능하다. 밖에서든 안에서든. 심지어 눈을 감고 있어도 무엇과 접한다. 고로 생각이 많아질수록 이별도 많아진다. 이별의 정도는 작별의 수준이지만, 이별은 주위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당연한 이치. 이런 무의식이 잠재한다면 폭풍처럼 다가올 낯선 이별에도 잠잠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견고해진 댐처럼 무너지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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