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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여름잠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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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Apr 27. 2022

부업준비생

 현실적인 꿈은 직업이 되고 추상적이던 꿈은 부업이 된다. 추상적인 꿈은 취향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유튜브를 좋아해 유튜버가 되고픈 아이들의 꿈처럼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부업의 시작이다. 취향이 하나인 사람은 드물다. 다행히 취향은 특기가 아니니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좋아함이 기준이 된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걸로도 돈 벌 수 있다는 꿈은 얼마나 추상적인 행복인가.


 우리의 부업이 될 사업 아이템들은 이미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풋살을 하다가 풋살장 운영에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 후 치맥을 먹다간 뜬금없이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공감한다. 사실 두 가지 포인트에서 놀랐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임에도 카페에 관심이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것과 카페 창업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나뿐만 아니라 친구도 하고 있었다는 것. 서른 넘어서 동업하자는 말을 하며 망하는 걸 목표로 해보자고 했다. “요즘 카페는 컨셉이 중요한듯해. 우리가 좋아하는 거, 음... 풋살? 최초로 풋살장 컨셉 카페 어때?” 심지어 그 친구는 더 나간다 “음료 시킬 때마다 테이블에 1점 추가되고 디저트 시키면 2점인거지. 테이블마다 경쟁구도로다가” 이 카페는 망해도 서로 탓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다.


 늘 살면서 책 한 권쯤은 출판하고 싶었다. 시집이 되었든 단편소설이 되었든 에세이가 되었든. 그래서 가끔 시를 쓰기도 했고 소설을 쓰기도 했고 에세이를 쓰고 있다. 주로 지하철에서 썼는데 노원구는 어디를 가나 30분 이상은 가야 했으니까 최적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학교는 1시간 10분 정도 걸렸고, 회사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래퍼지망생이었던 에미넴이 버스를 타고 랩 가사를 쓴 것처럼 부업계의 작가지망생인 나는 지하철을 타고 글을 쓴다. 부업을 각 잡고 하는 순간, 직업의 정체성과 혼란이 오니까. 최대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자투리 시간마저 일을 한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아직까진 에세이를 쓰는 건 취미에 가깝기에 작가라는 내일의 부업이 설렌다.


 부업이 직업이 될 때. 제2의 인생을 사는 순간과 버금가는 기분이지 않을까. 실제로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가 이모티콘 작가로 전향한 사례 등 취향을 여생의 방향 삼아 살고 있는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 부업을 장려하지 않는 회사에 계약되어 있는 우린, 덕분에 수많은 상상창업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게 된다. 수많은 이미지트레이닝이 현실이 될 수 있는 때가 어서 오길 바라며 조금씩 조금씩 취향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새 취향의 내력이 강력해질 땐 작가의 행보를 걷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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