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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Jun 18. 2022

책 책 책 산책을 합시다!

 6월 19일은 세계 산책의 날이다. 본인의 삶을 산책하듯 여유롭게 즐기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산책은 만능이다. 나와 여자친구에게는 데이트, 상무님에게는 아이데이션의 시작, 어머니에게는 운동, 친구에게는 휴식. 모두들 나름의 목적으로 산책하고 있다. 물론 목적 없이 걷는 것도 산책이라 할 수 있으니 산책은 여유로움의 표상이지 않을까.


 회사가 갑갑해지는 시간대가 있다.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점심시간에 마신 카페인의 효능이 떨어질 때. 눅눅해진 커피 컵홀더 뒤에 있는 애꿎은 얼음들만 휘적거릴 때. 운동화로 갈아 신고 잠시 산책을 한다. 바로 옆에 있는 넓은 공원을 뒤로한 채 회사 뒤편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다. 신기한 게 그 공간은 날씨가 좋을 때도 늘 그늘이 져있다. 업무와 상관없는 곳이라 그런가?


 오히려 주말보다 평일에 산책을 한다. 우리 팀은 점심 먹고 나서 늘 산책을 가는 편인데 회사 최대 복지가 공세권이라 할 정도로 공원이 3분 거리에 있어서 저절로 발길이 향한다. 가끔은 산책을 핑계로 공원 너머에 있는 스타벅스를 간다. 바람 한 점 없고 햇빛 쨍쨍한 날에 갔다 오면 풋살 한 쿼터 뛴 정도의 피로감이 생기지만 대신 스벅 커피가 생겼으니 괜찮다.


 근래에는 술 약속 잡기 바빴지만, 지나간 봄의 저녁에는 자주 산책을 했었다. 다음날이 연차거나 주말이면 밤늦게까지 걸었다. 당현천과 중랑천 사이. 어머니들이 좋아할 만한 가지각색의 꽃들을 옆에 두고, 거뭇거뭇한 하천이 흐르는 방향 따라, 걷는 게 지루할 때까지 걸었다. 야심한 밤에도 분주한 차들의 소리와 대비되는 적적한 한적함이 좋았다.


 요즘은 점심에도 산책하기 힘들 정도로 바빠졌다. 바빠지니 피곤해지고 운동도 못하고 산책은 바라지도 못한다. 못하는 게 많아지니 스트레스도 늘어났고 몸무게는 줄었다. 오랜만에 만난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부모님도 첫인사가 살 많이 빠졌네였다. 뱃살도 같이 빠지면 좋을 텐데… 돌아온 여자친구 덕에 앞으론 주말마다 핫플 산책을 할 수 있겠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엔 술을 마셨는데 뱃살을 부풀렸던 술배를 산책으로 잠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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