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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Aug 04. 2022

실수해도 살수있어

 살면서 실수는 누구나 하지 않나. 근데 그 타이밍이 중요하다. 운이 좋은 사람일지 그것마저 실력일지 모르겠지만 꼭 보이지 않는 곳에서만 실수하는 사람도 있다. 오직 나만 아는 실수. 그 실수를 의식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생각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은 타인이 보기엔 완벽한 사람일 테다. 평상시에 실수를 자주 하지 않지만 꼭 결정적일 때 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게 다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겨나는 건 정말 예상하지 못할 테니까. 실수를 당하게 되면 세월의 때가 덜 묻은 사회초년생 같은 경우엔 누적된 위기 극복 데이터가 부족해 멍해진다. 싸해지는 분위기를 둘러싼 진공 형태의 소음만이 유독 귀에 걸렸던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을까.


 실수는 꽤나 주체적일 때 나온다. 사소하게는 동기 모임에서 총무를 맡거나, 여행 가서 요리를 하거나, 중요한 발표 자리에 특정 임무가 있거나. 무언가 하려고 할 때 실수가 툭하고 튀어나오더라. 풋살에서 기깔나게 골을 넣으려 무리하는 날일수록 뒤땅을 차거나 골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슛을 때리는 것처럼. 그렇다고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실수를 걱정해 하루 종일 긴장상태로 있을 순 없지 않나. 더 큰 실수만은 하지 말자며 암시를 건다. ‘이 작은 실수들이 있어서 큰 실수는 없었다’ 마치 유명했던 스포츠 선수 자서전에 나올법한 문구를 되뇐다. 돌이켜보면 실수는 투자다. 투자 전문가들이 목놓아 말하지 않나. 분산투자를 해라. 실수도 마찬가지다. 어제, 오늘, 이것, 저것. 분산실수를 해서라도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막내란 자리는 실수하기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경험도 없을뿐더러 자잘한 업무가 특히나 많다. ‘이런 것도 내가 해야 해?’라는 의문이 수십 번 들지만 막내라서 짊어져야 하는 무게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특히 점심과 저녁 메뉴 리스트를 고안하는 게 가장 귀찮다. 물론 점심이나 카페 메뉴를 고르는 거엔 실수가 잦진 않겠지만 그동안 쌓여온 귀찮음을 성토하고자 한다. 물론 셀렉 된 메뉴가 생각보다 맛이 없거나 실망스러우면 곧바로 내 불찰로 여겨진다. 아 물론 진지하게 시비를 가리는 건 아니다. “여기 함박스테이크 평범하던데?” 그릇을 다 비우신 부장님의 말씀을 들을 때 0~1년 차의 난 당황했지만 이젠 “전 나폴리 어쩌구란 걸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담엔 이거 드셔 보셔요~”란 대답을 하고 있다. 실수를 받아들이는 여유로움이 찾아왔다.


 각자 먹고픈 게 다를 텐데 하나로 통일시켜야 하는 게 가장 어렵다. 사람들은 먹는 거엔 진심이지 않나. 난 감자탕이나 국밥이나 국물 있는 걸 선호하는데 팀원들은 보기에도 맛있고 맛보면 역시 맛있는 그런 메뉴를 찾는다. 보고하고 결재하듯이 꼼꼼하게 메뉴를 선별한다. 점심시간만 되면 우르르 달려오는 학교 영양사의 마음을 십분 공감한다. 오늘의 메뉴가 셀렉 되어도 끝이 아니다. 어느 카페를 갈지에 대한 아이데이션이 남아있다. 그냥 카페가 아니라 힙한 카페를 가야 한다. 먹어보지 못한 시그니처 메뉴가 있거나, 공간이 트렌디하거나. 팀장님은 커피를 마시러 가기보단 그 공간에 함유되고 싶어 한다. 이런 의도를 파악하니 팀장님이 만족할만할 식당이나 카페를 찾는 적중률이 높아지고 있다. 막내의 실수라 여겨지는 메뉴 초이스의 불찰 또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노하우가 생기는 걸 몸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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