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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Jun 27. 2022

무료하니까 freedom

 자유로운 곳은 어디일까. 어느 타이밍이 자유로운 순간일까. 해방감을 느낄 때가 자유롭다는 것과 등치 될까. 속박을 느낀다는 건 왜 그럴까. 임금을 받는 곳은 곧 속박된 곳일까. 자유로울 수 없는 장소일까. 순간의 자유 또한 속박 속의 자유일까. 진짜 자유를 느낀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이지만 벌거벗은 채 두 팔 두 다리 쭉 뻗고 목적 없는 고함을 지르는 느낌일까.


 자유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가만히 있어도 눈치 안 볼 수 있는 시간.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할 수 있는 시간. 생각이 곧 행동이 되는 시간.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시간. 그런 시간들을 자유롭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족, 연인, 동료, 동기, 친구, 낯선이들과 함께하는 그곳들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다 같이 자유를 갈망하던 순간이 있다. 퇴근시간을 갈망한다. 연차를 갈망한다. 점심 먹고 들어가는 길에 넌지시 퇴근하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나 공감한다. 걷다가 다음 연차 계획 있는지 여쭤본다. 우린 앞으로의 비실체적 자유를 눈앞에 매달린 당근처럼 실체화 시키고 있다. 퇴근을 위해, 연차를 위해 앞만 달리는 사람들. 회사에 나오면 마스크를 벗고 고개를 10도 정도만 들어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날 하루 배분된 자유의 향을 잠시나마 맡는다.


 새로 오신 팀원분의 귀가 방향이 공교롭게도 같은 길이다. 심지어 환승도 하지 않고 쭉 한 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꼭 같이 가야 할까란 생각을 했다. 장정 8시간 만에 맛본 소소한 자유인데 1시간을 더 연장해야 할까. 내심 그분이 따로 가길 원했으면 했다. 반대였다. 혼자 자유를 만끽하고픈 다른 팀원의 앞장서는 발걸음을 그분은 가로막았다. 같이 가자고 한다. 얼떨결에 3명이서 같은 방향 같은 칸에 탔다. 속박의 연장이었다.


 저번 달부턴 헬스장이라는 변명거리가 생겼다. 헬스하고 가니 먼저 가라고 한다. 회사를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덤벨의 무게로 잠시 눌러본다. 최근에는 유독 컨디션이 최악이라 후딱 집에 가고 싶었다. 길어지는 회의 시간에 애꿎은 시계만 쳐다봤다. 얼굴의 3분의 2는 가렸지만 자유를 원하는 표정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날의 감정이 태도가 되면 안 되는 걸 누구보다 알면서 불편한 감정을 옅게 드러낸다. 아직 프로가 되려면 멀었다는 걸 느낀다. 프로는 자유를 컨트롤할 수 있는가. 아님 그들에겐 업무시간이 자유일까. 육아, 가정에 비해 업무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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