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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Sep 12. 2022

바다만큼 하늘만큼

 바다는 밀물보다 썰물의 힘이 더 큰 게 분명하다. 휴가철이 되면 바닷가로 직진하는 자동차들, 바다뷰가 보이는 카페에서 바다의 광활한 풍경에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 햇빛의 온도를 그대로 품은 모래가 뜨거웠는지 준비 운동을 대충 마치고 파도를 거슬러 풍덩 빠져드는 우리들. 썰물의 힘이 우리를 끌어들인다. 파도가 부서지는 쾌감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바다 앞 1열에 앉는다.


 휴가를 내고 바다를 갔다. 이번엔 바다를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었다. 바다를 안주 삼아 커피를 마시는 건 기본. 바다로 뻗혀가는 길의 끝에 도착해 해수욕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이번 휴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또 오랜만에 입수를 했다. 바나나보트 말고 파도를 타기 위해 수영복을 입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역시나 바다의 짠맛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바다와 날씨가 만나면 관대해진다. 구름에 관철되지 않은 자외선 100%의 눈부신 햇빛에도 바다는 열을 식혀주거나 태닝을 위한 적합한 도구가 된다. 비가 올 때는 이왕 비 맞을 거 시원하게 맞으며 수영을 즐길 수 있겠다는 워터파크의 기분을 갖게 한다. 탁한 햇빛. 선크림을 안 발라도 피부 탈 걱정 없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추운 겨울에는 바다를 본 적은 드물지만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꽁꽁 언 내 몸과 강물과 달리 얼지 않는 바다의 유동성을 보고 그 한결같음에 대해 생각해 볼 것 같다.


 바다를 매년 가지만 아직 못 해본 게 많다. 서핑, 스쿠버다이빙, 비치발리볼, 바다 깊은 곳에서의 스노클링 등.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게 이런 이유인가 보다. 휴식도 할 수 있고 액티비티도 가능하다. 밀어냄과 끌어당김을 항상 하고 있는 바다는 사계절 내내 우리에게도 밀당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때 상투적으로 쓴 ‘바다’라는 단어는 하늘만큼 깊이 있는 최상급 표현이었다. 얼마만큼 본인을 사랑하냐는 부모님의 질문에 “하늘만큼, 바다만큼"이라 했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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