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새로운 나날인 요즘 세상이다. 자극적이고 달콤한 디저트와 카페인은 계속해서 쏟아지는데, 이것은 국밥 한 그릇보다 더한 가격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도넛 하나에 5000원, 커피 한 잔에 6300원. 심지어 빵 하나에 만 원을 육박하는 현실이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또 늘 갖고 싶은 것이 있는 아이들도 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냥 사달라고 생떼를 부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생일과 어린이날, 명절과 크리스마스, 무슨 날, 무슨 날, 무슨 날이면 아이들은 종알종알 떠들어댄다.
가뜩이나 빈약한 나의 지갑을 더 납작하게 만드는 날들의 연속이다. 나날이 오르는 장난감과 아동복의 가격. 거기에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는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도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맞벌이가 답인가 싶어 나는 또다시 일자리를 알아본다. 그러자 아이들이 눈가에 어른거린다. 아직 어린 탓에 자주 아프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어려운 나이인데, 하필 어제 보게 된 유괴 뉴스에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아직은 곁에 있어 줘야지.’
그러나 통장 잔고를 볼 때면 한숨만 나온다.
명절 내내 아팠던 둘째는 계속해서 병원을 오갔다. 가래가 심해지고 열이 올라 폐렴으로 갈까 노심초사했던 며칠을 보냈지만 결국 중이염까지 걸렸다. 기침하는 아이를 보니 연휴인데 제대로 놀지도 못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약을 지으러 약국에 갈 때 아이가 뭘 사달라고 하면 큰 반대 없이 사 주었다.
명절이 지난 후, 심심해하는 아이들에게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이런 말을 했다.
“약국에서도 만날 만 원 가까이 나오고. 치킨 한 번 먹는 데도 얼마나 드는데. 얘들아, 장난감도 얼마나 비싼지 아니? 그러니까 사고 나서 얼마 안 가지고 놀고 구석에 던져놓지 말고 잘 가지고 놀아야 해. 알겠지?”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사 주었어도 속으로는 무척이나 돈이 아까웠던 것이었다. 그 마음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툭 나왔고 아이들은 그저 알겠다고 대답했다. 혹시 마음이 상했을까 싶어 보니 이내 웃으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며칠 뒤 아이를 데리고 다시 병원 진료를 받고 약국에 갔다. 그런데 그날따라 둘째는 사달라는 것 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약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사고 싶은 것이 없냐고 물어도 없다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나는 이제 여기서 사고 싶은 것이 없나 보다고 생각하며 넘겼다.
“엄마, 사실은 약국에서 사고 싶은 게 있었는데 엄마 돈이 부족할까 봐 말 안 한 거야.”
한참이 흘러 아이의 저녁 약을 타고 있는 나에게, 아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웃으면서 말하지 말지. 차라리 떼를 쓰지. 울고불고 사달라고 조르지.
그날 밤에는 일찍 자라고 잔소리하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아이와 놀았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에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다.
당장 아이들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구나. 그리고 든 생각,
글로 먹고살고 싶다.
글로 먹고살고 싶어졌다.
매일 써 내려가는 글자 수만큼의 돈을 벌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가지고 싶다는 걸 언제든 사 줄 수 있게 된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걸까.
창밖을 바라봤다. 지하철이 지나갔다. 캄캄한 밤을 밝히며 달리는 지하철. 그 안에 있을 피곤하고 지친 얼굴들을 떠올렸다.
나는 어디쯤 왔을까. 그래도 어딘가에는 닿았겠지.
그러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될까.
그 밤 이후 글자가 무겁게 느껴졌다. 글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몇 번을 고쳐도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었다. 이런 글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어, 싶다가 어떻게 써야 돈을 벌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지하철은 달리고 연필은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