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sbesos Mar 02. 2023

Episode 9. 베개

요즘 고가의 기능성 베개가 정말 많다. 수면이 그만큼 현대인에게 중요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국인이 가장 인색한 것이 '잠'이라고 한다.

'잠은 죽어서 원 없이 잘 수 있다?'

'지금 잠이 오니?'

라는 말을 매우 쉽게 쓰고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잠, 수면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줄이고 없앨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존재이다. 이 말인즉슨 중요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수면은 7시간 이상은 꼭 필요하며 피로를 회복하고 체력을 충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수면을 취하는 환경, 분위기, 베개 등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문득 궁금증이 든다.

해가 뜨겁게 내리쬐던, 습한 여름 공기가 시골집 마루에 폭폭 들어올 때면 할머니는 딱딱한 나무로 된 '목침'을 베고 낮잠을 주무시곤 했다. 어찌 그렇게 노곤노곤 잘 주무셨지?


지금 젊은이들에게 목침을 베고 자라고 하면 절대 숙면을 취하지 못하리라. 그토록 딱딱한 목침을 베개로 사용할 만큼 불면증은 할머니 근처에도 얼씬도 못할 녀석이었나 보다. 목침의 딱딱함은 어쩌면 할머니의 거칠고 힘들었던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다. 조금 불편해도 참고 어려워도 견뎌내던 할머니의 삶은 요즘 사람들의 워라밸, MZ세대로 대변되는 세상과는 많이 달랐다. 마치 배게처럼.


 할머니께 베어드리고 싶다. 이런 게 부드럽고 포근한 베개 그리고 삶이 있다고.

조금 쉬어도 되고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고. 가끔 포근한 베개를 베고 포근한 인생을 사노라면 나만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한구석에 들 때가 있다.


베개에 폭 파묻혀 깊은 잠을 노곤노곤 주무시도록 내방 베개를 내드려야겠다.

이전 08화 Episode 8. 이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