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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sbesos Feb 15. 2023

Episode 8. 이사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가다니! 얼마나 재밌을까?

계단만 있는 주택에 살았던 나는 이사를 가자고 매일 졸랐다. 하지만 먹힐 리 없었다.

나보다 다섯 살 어린 우리 집은 내가 코찔찔이였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한창 할 때까지도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있었다. 이사 가자고 했던 조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너무나 오랫동안 필자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중이다.


이사 가고 싶었던 바람이 너무 간절해서였을까? 독립 후부터 쉴 새 없이 몰아쳐 이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문동, 사당동, 양재동, 천왕동, 두암동, 제주도 etc. (이때도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여하튼 이사 복은 터졌다. 이사가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것이었다면 어렸을 때 엄마에게 그렇게 조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정도로 이사는 싸고 지고 이고 싣고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이사가 주는 이점도 분명히 있다.

낡고 오래된 서랍 속 장갑을 버리고 유행 지난 신발을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니 말이다. 안 보이면 그만이기에 회피했던 것들을 꺼내 동거를 결정짓는다. 이보다 어려운 결정이 없다. 넌 합격, 넌 탈락. 선정된 아이템들은 이삿짐에 들어가고 새로운 곳에서 쓰임 받길 기다린다.

모든 방면에서 이러한 리프레시는 좋은 윤활유가 되는 것 같다. 간편해지고 깔끔해지며 산뜻한 기분이 드니 말이다. 이직, 세차, 관계정리, 통장정리 등 삶을 돌아볼 수 있고 시트밑의 동전과 같은 예상치 못한 기쁨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모든 일과 결정에 있어 천국만이 존재하지 않듯, 최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사가 복잡하지만 새집에서 가구 재배치, 서랍정리를 할 때는 마음이 뽀송뽀송해진다는 말이다. 끝날 때 행복한 것이 진짜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고난이 없으면 행복도 느끼지 못한다. 어려운 일이 닥치고 힘들 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오래 달리기 후 마시는 물이 진짜 맛있고, 양치를 해야 상쾌함이 밀려온다.


오늘도 상쾌한 하루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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