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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산들 Oct 16. 2019

직장에서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회사는 사교의 장이 아니다

입사한 지 2년 정도 지나고 나서 부서에 친한 사람이 생겼다. 입사 기수가 비슷했던 우리 3명은 코드가 잘 맞았고, 매일 10시간 이상씩 함께 회사에 있으면서 가까워졌다. 카톡 단톡방을 만들어 미래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기도 했다. 힘든 회사생활 가운데 이 절친 모임은 큰 활력소가 되었고, 대학교 친구들처럼 편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임이 결성된 걸 후회하게 되었다. 우리 세 명은 기획, 디자인, 구매로 각각 다른 파트였는데,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때 서로가 받게 되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다는 것. 다른 사람이 얘기했으면 그냥 별생각 없이 넘겨 들었을 말도 '친한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지' 라며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 당연히 요구해도 될 일을 혹시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까 봐 눈치 보면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친한 관계 때문에 업무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업무는 점점 힘들어져갔다. 업무적 충돌이 생길 때마다 서로의 마음의 상처도 깊어졌고, 우리의 관계에도 금이 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이 모임을 후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발생하게 되었다. 우리 부서에서 나와 비슷한 기수의 사람이 갑자기 휴직 신청을 했는데, 그 이유가 부서 사람들과 잘 안 맞고 부서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다는 거였다.


”저만 여기 사람들과 못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 분의 얘기를 듣고 깨달았다. 우리 세 명이 친하게 지내는 걸 다른 사람들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겠구나. 비슷한 기수의 사람들은 '왜 나는 저 모임에 끼지 못하지? 혹시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사회생활을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을 했을지도 모른다. 회사가 사교의 장이 아니란 걸 그때는 몰랐다. 우리 세 명의 친분이 결국에는 부서 분위기를 해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어야 했다.


다행히 우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두 명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서 더 이상 업무로 부딪히는 일은 없게 되었고 각자 새로운 부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단톡방에서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 이후에는 회사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어쩌면 친한 관계를 못 만들었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상대방이 친하게 지내려고 해도 내가 밀어낸 경우도 있고, 반대로 나는 더 가깝게 지내고 싶었지만 상대방이 밀어낸 경우도 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회 초년생 때 비슷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의 노하우를 터득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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