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를 통해 리더십을 배우다
세상에 보고 배울 점이 가득한 분들만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우리 주변엔 '아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행동을 일삼는 리더 분들도 참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우리는 흔히 반면교사라고 부르는데요.
상위 10% 리더의 공통적인 강점(https://brunch.co.kr/@oder/8)이라는 글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시기도 했고, 글을 써 내려가면서 스스로도 리더십 스타일과 방식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서둘러 '팀원들이 요구하는 리더의 개선점'편을 시리즈 형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전사 대상 리더십 진단 결과 중 팀원분들이 남겨주신 주관식 피드백을 Raw data로 하여 일할 의욕을 꺾어버리는 리더 분들의 행동과 말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살펴봤는데요. 하위 10% 평가 결과를 받은 리더분들에게 남겨진 조직원들의 공통적인 피드백을 분석해봤습니다.
1번 유형의 개선점을 요구한 팀원분들이 피드백을 남겨주신 이유는 조직관리 측면에서 리더십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라는 속담을 보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나쁜 놈 같지만 동시에 물속에 좋은 리더, 즉 미꾸라지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줄 리더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팀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리더는 일관성 없는 리더입니다. 조직문화가 수평적인지 수직적인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떠한 조직문화를 지향하더라도 함께 일하려 모인 조직에는 공통적인 약속이 필요하며, 이 기준은 리더가 일관되고, 고집 있게 지켜나가야 합니다. 명확한 기준을 잡지 않거나 이런 기준이 있음에도 리더가 팀원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명확한 피드백 없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수수방관한다면 가족 같은 회사가 될 순 있어도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프로들이 뭉친 조직이 되긴 어렵습니다.
아래 사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부진을 거듭하던 팀 첼시에 부임한 프랭크 람파드 감독의 조직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핵심 선수의 이탈로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첼시를 유스 출신의 에너지 넘치는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고, 강력한 기준을 통해 팀을 하나로 만들었는데요.
같은 리그의 강호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어린 선수들이 SNS의 과도한 사용과 일탈로 많은 맨유 팬들의 공분을 산 사례와 비교했을 때 프로선수로서의 마인드셋을 확립시키고, 일관된 기준으로 팀을 리딩 하는 모습은 대비가 됩니다. 첼시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라이벌 팀들과 비교해 큰 영입을 하지 않고도, 8승 2 무 2패로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019.11.23 기준)
리더의 의사결정 과정이 독선적이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충분히 전달받지 못하는 점은 많은 팀원분들의 불만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안이든 이슈를 잘게 쪼개서 조직 전체에 공유하지 않고, 하위조직 그리고 계층별로 산발적으로 퍼즐 조각처럼 공유합니다.
30~50명 규모의 조직에서 숲을 볼 수 있는 인원은 채 10%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런 정보의 격차는 조직을 또 층층으로 나눕니다. 조각난 정보들을 받아 든 팀원들은 숲을 볼 수 없으니 나무 몇 그루만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조직의 인원이 많아질수록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하나하나 통제하고, 조직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더 좋은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정보를 혼자서만 소유하려는 리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고자 쓴 글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이 글을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리더, 소유하는 리더 : https://brunch.co.kr/@oder/3)
"왜 일을 이런 식으로 해?"
"그래서 내 말이 틀리다는 거야?"
"이번 일부터는 당신 말고 믿음직한 000 대리에게 맡길게."
요즘 시대에 누가 이런 뜨악할 말을 하나 싶지만 여전히 권위적 의사소통 방식을 가진 리더분들에 대한 불만도 참 많습니다. 제가 속한 조직은 비교적 사내 문화가 경직되지 않았음에도 이런 피드백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권위의식과 갑질 문화를 없애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조직이 폐쇄적일수록, 소규모일수록, 권한이 집중되어 있을수록 어떠한 건설적 비판과 견제도 없으니 리더는 권위적이고 독선적으로 변해갑니다.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타나기 어렵고, 리더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들만 주변에 가득합니다. 답정너 형태이거나 본인 의견에 반대할 때 부정적 감정 표출하는 것, 심지어 직간접적인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팀원들은 리더에게 실망합니다.
리더의 솔선수범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4번 유형의 피드백을 남겨준 팀원분들은 리더의 말과 행동이 다른 점, 스스로의 근태 관리가 소홀한 점 등을 주로 지적했습니다.
어느 날 TV를 보다가 백종원 씨의 말을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가게 운영에 고민이 많은 한 사장님께서 "가게 직원들이 주인의식이 없어요."라고 말하니 백종원 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분들이 주인이 아닌데 주인의식을 기대하지 마세유. 주인은 사장님이에유." 본인 가게에서 본인이 먼저 손님에게 정성스럽게 인사하고, 매사 웃으면서 대한다면 직원들이 함께 노력할 확률은 높지만, 사장이 뒷짐 지고 카운터만 보고 있을 때 직원들이 먼저 사장이 기대하는 행동을 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리더이기에 주변에 피드백해줄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외롭고 힘든 길이지만, 리더는 스스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려고 하는 순간 권위의식이 생기고, 팀원들과의 거리는 멀어집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와 팀원이 서로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는 용기와 포용입니다.
일 년 중 리더가 중장기 계획이나 비전에 대한 공유가 전혀 없다.
우리 조직의 미래와 방향에 대해 알 수 없다.
목표가 없으니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하나의 목표와 성과 달성을 위해 함께 모인 조직을 리딩하는 팀장이 팀원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직에서 지향하는 큰 목표가 있을지라도, 경영진에서 기대하는 우리 조직의 방향성이 있을지라도 이를 전달하는 리더가 없으니 하루하루 반복하는 나의 일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도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팀원 한 명 한 명의 업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피드백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직의 존재 이유, 고객에 대한 탐구, 더 나은 목표를 위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팀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리더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고 또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실수가 도덕적 해이, 개인의 의도적 이유로 발생했다면 이는 마땅히 지적받고, 담당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발생하는 실수들은 시스템과 환경적인 이유, 잘못된 업무 프로세스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입체적으로 보고 핵심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건 담당자의 자질을 문제로 삼는다면 팀원들은 일상적인 업무를 안정지향적으로만 하려고 할 것이며, 도전적인 업무는 멀리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내 특강을 담당하는 교육 담당자가 있습니다. 최근 직원분들의 명사 특강에 대한 요청이 많아져 TV에도 자주 출연하는 유명 강사를 섭외하려고 합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어렵사리 비는 일정을 찾아 시간당 강사료 수백만 원을 주고 불렀습니다. 특강 당일 섭외한 강사님의 유명세 탓인지 교육장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강사님은 바쁜 탓인지 늦게 도착하셔서 교육 시간은 5분이 늦어졌고, TV에서 한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다 강의가 끝나버립니다. 우리 회사에 대한 이해와 준비는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회사 이름을 잘못 말하는 아찔한 실수까지 해버립니다. 특강이 끝나고 실망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특강을 준비했던 담당자 스스로도 엄청난 죄책감을 느낍니다.
위와 같은 상황처럼 의도했던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 해당 팀장님은 담당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요? 그 강사를 섭외하는 담당자를 탓하며 잘못 섭외했음을 지적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까요? 기대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만을 탓한다면 하수일 것이고, 최초 기대했던 결과와 현재 결과, 그 차이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대화하며 개선해야 할 프로세스와 업무 접근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고수일 것입니다.
요즘 시대에 애사심이라니? “애사심이 없다”라고 피드백을 꺼내면 꼰대라는 피드백을 듣는 시대에 팀원분들이 애사심을 거론한다니 다소 의외의 결과이기도 했는데요. 팀원분들이 말하는 애사심의 뜻은 '우리 리더는 믿고 따를만한 사람인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없어도 조직장을 믿고 따르는 팀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직책자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우리 팀의 리더가 팀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팀 전체보다 개인적인 경력 개발에 더 많은 고민을 보이고, 조직에서 마음이 떠난 행동을 수시로 보이며, 회사를 함께 비난만 하고 있다면 팀원들은 어떤 기분일까요?
리더와 팀원은 한배를 탄 동료이지만 동시에 선장과 선원으로서 서로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서로 친하고 격의 없는 사이일지라도 아무리 위기상황의 조직일지라도 리더가 먼저 흔들린다면 배 전체에 있는 팀원들은 더 세차게 흔들리게 됩니다.
실무에서 손을 뗀 리더, 팀원과의 잦은 면담을 통해 면밀히 실무를 들여다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 리더분들은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팀원분들은 개개인의 업무와 양, 진행사항들에 대한 파악이 턱없이 부족한 부분과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어지는 부정확한 피드백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팀에서 일하다 보면 어떤 팀원에게 업무가 몰리고,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그 상황은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팀원들을 날카롭게 만들기도 하고, 팀의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리더라면 팀원들의 업무량과 감정 상태를 파악하여 적절히 업무 역할 배분을 해줘야 합니다. 교통정리는 리더가 하는 것입니다.
마치며.
끝으로 리더의 부적절한 언행은 많은 팀원분들이 리더를 따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비속어, 욕설, 비난하는 말투, 비꼬는 말투는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결국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팀원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리더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 중심에서 '팀' 그리고 '팀원'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