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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니오 Apr 02. 2024

다이슨 에어랩과 한약.


나는 똥손이다.

본디 손재주가 없는 터라 다른 것도 손으로 하는 건 다 썩이지만, 특히나 머리손질은 쥐약이다. 어떻게 해도, 광고에 나오는 "아름다운 갈색머리~" 같은 분위기는 절대 내지 못한다. 그래서 늘 관리하기 쉬운 머리로 지내왔다. 젊을 때는 주로 긴 머리를 질끈 묶은 채로, 아이를 낳고 나서는 지금까지 쭉 커트 머리로.


하지만 나도 가끔은 모양을 내고 싶을 때가 있다. 짧은 머리카락이나마 컬도 넣고 약간 신경 써서 손질도 하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주위에서 솔솔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다이슨 에어랩. 이게 그리 좋단다. 이거 하나면 나 같은 똥손도 금손이 되는 매직~ 우후!


그러나 당장이라도 살듯 가격 검색에 들어갔으나 여태 사지 못한 이유는, 흐드드한 가격 때문이다. 오십 가까운 가격을 주고 사기가 쉽잖아 고민에 고민만 하다 보니 어느새 가격은 육십에 육박. 가격에 포기당했다고나 할까. 허허허.


그러나 이미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다이슨을 쓰는 주변인들의 추천을 받을 때마다 맘이 또 들썩한다(나 빼고 다 있, 쿨럭). 한번은 장난 삼아 신랑한테 넌지시 말해보았으나, 역시나 가격을 듣고 난 신랑은 아직까지 아무 대답이 없다(저기, 여보세요~). 






그러다 며칠 전 첫째와 한의원에 다녀왔다. 나를 닮아 체력이 썩 좋지 못한 녀석은 이삼 년에 한 번씩 기운이 쑥 빠질 때가 있는데, 특히 봄철 꽃가루가 날릴 때가 가장 심하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녀석은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기 전후로 콧물에 코막힘에 밤잠까지 설치며 고생을 하곤 한다. 


올해도 봄이 시작되면서부터 여지없이 체력이 달리며 비염이 도진 녀석.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큰맘 먹고 아들을 데리고 한의원에 갔다. 의사샘왈, 비염치료도 하고 기력 보충을 위한 보약에 녹용까지 넣어서 3재 정도 먹이자고. 하지만 가격이 넘 후덜덜해 일단 1재만 짓기로 하고 카드를 내미는데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제길슨.


아깝지는 않았다. 올봄 아들 고생 안 하고 무사히 넘어가면 한 해가 편할 텐데 무엇이 아까우랴. 비록 다이슨 에어랩은 못 지를지언정, 아들 한약은 해먹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

.


하지만, 역시나 적은 돈은 아닌지라 아들과 주차장으로 향하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툭 튀어나왔다.

"물.먹.는. 하.마. 아니고요, 우리 아들램은 돈. 먹.는. 하.마-."


그러자 어깨를 으쓱한 아들이 마치 랩배틀이라도 하듯 나의 말을 되받아친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곧 내가 돈.뽑.는. 기.계.가 되어줄 테니까아-. 후훗~"

그러면서 윙크를 날리는 아들. 역시 입으로는 못할 게 없는 우리 허당 아들.ㅋ


나는 한껏 기대에 찬 눈빛을 반짝이며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언제??? 응, 그게 언제 가능한 건데????"


아들은 대답없이 씨익 웃고는 말 없이 차에 올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되었다.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

(근디 서방, 다이슨 에어랩 어떻게 좀 안될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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