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반비례하는 자신감, 자존감
한 달 전에 시작된 나의 또 다른 도전. 코딩 강사가 되기 위해 현재 공부를 하고 있다.
우연히 인터넷을 서치 하다 알게 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코딩융합전문가교육으로 교육 시간도 오전 중이고 3개월 밖에 되질 않아 한번 들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알아보니 서류도 제출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면접까지 통과해야 들을 수 있는 교육이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서류를 내고, 서류 합격이 되었다는 연락이 왔고 면접까지 어찌어찌 통과를 해서 얼떨결에 시작을 하게 됐다.
처음엔 설렜다. 몇 년 만에 듣는 교육인지 왠지 잘할 수 있을 거 같고, 의욕도 앞서고 이미 마음은 난 코딩강사가 되어 있었다. 첫 수업을 듣기 위해 집 밖을 나가기 전까지는...
하지만 나의 생각과 다르게 내 머리는 너무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고, 매일 4시간씩 앉아서 집중하며 수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초반에는 이론 수업이어서 더욱 지루하고, 재미없고, 따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첫 주는 어떻게 잘 갔다. 둘째 주부터 본격적인 코딩 수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다루는 쉬운 블록코딩에, 과거에 전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미 딸들과 몇 번씩 접해본 코딩이었음에도 괜히 시작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코딩들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교육을 하기보다는 훑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이 되다 보니 과제는 넘쳐났고, 하나하나 따라가기 바빴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며, 내가 하던 일까지 해가면서 과제를 하고 공부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으며, 정리가 되질 않고,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으며,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가는지 조급하고, 너무 힘이 든다. 이렇게 글 쓰는 시간조차도 제일 뒤로 미뤄져 원래 내가 목표했던 글은 쓰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일기형식의 나의 작은 투덜거림 정도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게다가 아직 대략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달고 산다. 단순히 공부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갈수록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까? 누군가에 앞에 서서 말을 한다는 것 자체도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진짜 무슨 자신감인지 모를 정도로 자신감 넘치고, 난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믿고 행동했던 자존감 높은 사람이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도전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나는 자신감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아두이노 프로젝트 발표를 했다. 저번 주 금요일부터 토, 일 주말 내내 이 프로젝트 하나로 스트레스가 가득했다. 우리 딸들이 누굴 닮았나 했더니 날 닮은 거였다. 스트레스가 가득했던 건 단순히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잘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단순히 욕심만 많고 막상 하려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리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어찌어찌 힘들게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발표를 했는데 생각보다 발표는 어렵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어? 생각보다 떨리지 않네? 나 강사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가긴 했으나...
나름대로 프로젝트 완성도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한 것이 티는 내지 못했지만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저 6명보다 나은 거 같은데... 프로젝트도 발표도... 정말 내 새끼들이 잘하는 거였다. 발표도 잘하고 인정까지 받고... 그동안 나는 왜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한 걸까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이 한심했다.
원래 순위권 안에 들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와장창이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존감 확 무너지고, 기분 다운되고... 여러 가지로 만감이 교차했다.
'나이가 들어도 자존심이 상한 건 상한 거구나.. '
'아이들이 왜 별것 아닌 일이 그렇게 열을 내는지 알겠네...'
그렇게 자신감과 자존감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내가 과연 난 할 수 있을까? 2개월 뒤에 난 코딩 강사가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나를 지배한다. 그래도 한다. 끝까지 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하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