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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과 경험보다 소신을 택한 하루

겁쟁인 걸까? 소신일까?

by 앙마의유혹

오전 수업을 마치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눈에 띄는 카톡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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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금요일에 면접을 봤던 늘봄 컴퓨터 방과 후 강사 최종 합격 문자였다.

합격 소식임에도 가장 먼저 느낀 건 설렘과 환호가 아니었다.

묘한 불편함이 먼저 마음을 스쳤다.




면접장의 공기


면접 당일, 학교와 직접 면접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살짝의 긴장 속에 도착했지만 준비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

나는 늘 미리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기보다는

당일의 감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대기실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선생님 한 분이 있었다.

서로 눈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묘한 긴장감.

내 차례가 되지 간단한 자기소개 후 면접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뭐 늘 있는 일이니까.

근데.. 그 뒤로부터는 생생히 기억이 난다.


'전공자인 것도 알고, 본인의 스킬 자체는 뛰어난 건 알겠다. 근데 강사로서의 경험이 너무 없지 않냐.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질문의 마무리는 강사로서의 경험이 너무 없다. 였다.

맞다. 난 강사 경험이 별로 없다. 왜?! 이제 시작했으니까.

이 내용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명백히 적어놓은 사실이기도 하니까.

나도 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준비하고, 공부하고 있으니까.


근데..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대놓고 뭐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거 같고, 또 표정도 그다지 맘에 들어하지 않는 표정으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 다른 사람이 질문 더 있냐 물어보면 또 똑같은 소리... 도대체 어떤 대답을 원했던 걸까? 면접이라는 게 다 그런 거긴 하지만 그냥 뭔지 모를 불편함이 유독 심했다.




합격, 그러나 마음은 무겁다.


면접이 끝난 뒤 바로 수업이 시작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금요일에 면접을 보고, 주말을 지나 화요일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일정이었다.

연락이 늦어 떨어진 줄 알았는데, 공고대로 월요일에 합격 문자가 온 것이다.


하지만 기쁨보다 먼저 떠오른 건

압박을 주던 면접관의 표정,

그리고 중도 투입으로 시작하는 수업에 대한 찜찜함이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누군가가 그만둔 자리를 대신하는 상황,

그리고 앞으로 함께 일해야 할 사람들과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거절의 이유


강사라는 일을 시작한 것은 즐겁기 위해서고, 나를 위해서였다.

나와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시간을 억지로 버텨가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또, 수업을 시작할 때 내가 준비한 만큼 자신 잇게 나가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경험을 위해선 잡아야 한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번 기회가 경력보다, 경험보다 내 마음을 지키는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거절을 택했다.



내가 얻은 것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기회는 많지만 나 자신은 단 하나뿐이라는 것.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내 마음이 편치 않다면 멈추고 다시 생각해 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합격 문자보다 더 값진 건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은 이제 막 시작이지만

이 선택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내 마음을 존중하며 준비한다면 다음 기회는 더 반드시 좋은 모습으로 찾아올 것이다.




경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보다

내 소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거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어쩌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그저 자기 합리화일 뿐일 수도 있지만

뭐 어때. 내가 좋은 게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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