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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가 내가 준 희망

by 앙마의유혹

요즘 진짜 힘들다.
살아보려고, 버텨보려고, 발버둥칠수록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이야.
앞이 안 보이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무겁게 짓눌리는 느낌.


그래도 나 나름 새로운 일을 시작했거든.
처음엔 설레고 즐거웠어. 뭔가 바뀔 것 같고, 달라질 것 같았어.
근데 이상하게도 일을 아무리 해도 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
열심히 해도 막힌 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뭔가 뚫리지 않는 기분.
그게 또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럴 때 유일하게 기대는 게 야구였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날 흔든다.
오늘도 결국 이기지 못했어.

매직 넘버 1, 지워야 할 숫자 하나를 끝내 지우지 못했지.

“이러다 우승 못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까지 들면서 내 삶이랑 겹쳐졌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순간들.

근데, 야구가 또 기가 막히게 얘기해주더라.

SSG가 끝내기 홈런으로 이기면서 결국 LG가 통합우승을 확정 지은 거야.
내가 다 끝났다고, 더는 희망 없다고 느낄 때, 엉뚱한 데서 빛줄기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좀 울컥했다.

야구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9회 말 2아웃.
모든 게 끝난 것 같아도, 그 한 방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야구가 보여줬다.

내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은 진짜 끝이라고 느껴지지만, 사실 아직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찍히지 않았다는 거.


그래, 나는 아직 살아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내 인생에도 끝내기 홈런 같은 순간이 찾아오겠지.


오늘도 버텼으니까, 난 잘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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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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