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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마의유혹 Jun 29. 2024

좋은 엄마일까 나쁜 엄마일까 - 1

사춘기 탓을 하고 싶은 엄마

 얼마 전 인사이드 아웃 2를 봤다. 이 영화는 첫 편도 그랬지만 이번 편도 많은 생각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찾아온다. 그 강도가 어떻냐 차이지 한 번쯤은 오는 시기다. 그중 나는 사춘기 시절을 누구보다 휘황찬란하게 보냈다. 휘황찬란이라는 단어보다는 요란하게 보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내가 엄청 힘들었다고 느꼈을 만큼 내 주변 사람들, 가족들 역시 엄청 힘들었을 거라 생각이 된다.

내 딸들이 사춘기 시기가 되니 문뜩문뜩 그때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바다를 좋아하는 따님들

 


 잠깐 나의 사춘기가 왜 요란하고 힘들었는지 대표적인 일을 얘기해 보자면, 그때 나는 집이 너무 싫었다. 아빠도 싫고, 할머니도 싫고, 친인척들은 더 싫었다. 그래서 새벽 6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밥도 안 먹고 학교를 갔고, 야간자율학습 (야자)이 11시에 끝났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 인사도 안 하고 방으로 쑥 들어가는 게 나의 일상이었다. 학교 쉬는 날이 싫을 정도로 집에 있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집 식구들과 마주하는 게 너무 싫었고, 나의 이야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더 싫었다. 그게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고 고2말에는 어떤 계기로 인해 더 절정에 이르렀다.


 불행 중 다행이었는지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었다. 난 집을 떠나기 위해 선포했다.

자취를 시켜주든, 기숙사든 넣어달라. 아니면 난 가출을 하겠다.라고...

갑자기 이렇게 세게 나오니 얘가 여차하면 진짜 가출을 하겠구나 싶으니 부랴부랴 학교에 가서 상담을 한 모양이다. 원래 학교 기숙사는 집이 좀 먼 친구들이 1순위이고 그다음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2순위였는데 나는 집도 코앞이었고, 성적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해당이 되지 않았었다. 다행히 마침 자리가 한자리 나있던 상태이고 대기자도 없었기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상담하고 와서는 온 가족들이 놀래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서는 엄청 활발하고 말도 잘하고 잘 웃고 잘 지낸다고? 네가?"

 "..."


 그랬다. 난 집에서만 벙어리였고, 무감정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들한테도 예쁨 받고 발표도 잘하고, 학교일에 적극적이었으며, 친구들 선후배들하고 너무나도 잘 지내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그때의 난 학교에서는 참 즐거웠으니까...


 그렇게 요란을 떨며 들어간 기숙사 생활 역시 참 좋았다. 우선 식구들하고 매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친구들하고 같이 지내는 게 뭐가 즐거웠을까, 불편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순간엔 좋았다.


 그런 사춘기를 지금은 나의 딸들이 겪고 있다. 아빠를 닮은 건지 아니면 아직인 건지, 나처럼 막 요란하고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또래 애들보다 사회성이 떨어지나 싶을 정도로 순진무구하다. 특히 큰딸... 다만 그런 큰 딸도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전에는 그냥 무슨 말을 해도 '알았어, 미안해, 안 그럴게' 했었는데 이제는 살짝은 반항을 하고, 종종 대답을 안 하고, 화도 낸다. 처음엔 그러한 행동들이 적응이 안 되고 그냥 버릇이 없다 생각이 들어, 더 화를 내곤 했는데, 이제는 좀 참으려고 하고, 덜 잔소리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쓴다.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난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키만 큰 첫째. 아직 행동은 초딩 저학년..

 



 누구나 좋은 엄마, 좋은 아빠,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신랑 말로는 아이가 사춘기가 심한 게 아니라 내가 아이한테 완벽을 요구한다고 한다.

처음엔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해 보니 완벽을 요구한 것이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무조건 다 맞아야 하고, 하나라도 틀리면 왜 틀렸냐고 잔소리를 하며, 춤을 추면 여기가 부족하고 저기가 부족하고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며, 바이올린 연주 역시 비브라토 연습을 좀 더 하라고 잔소리를 하곤 한다. 특히 큰딸한테 유독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럼 당연히 사춘기인 딸은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고 나름 반항 밑 말대구를 한다. 난 또 그게 맘에 안 든다. 다 너 잘하라고 하는 말인데,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틀린 말도 아닌데 왜 오히려 지가 화내? 하면서.... 그게 아이한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뭐든 다 해주고 싶고, 뭐든 잘해주고 싶으며, 뭐든 최고가 되길 바라는 맘에서 하는 말이 아이한테는 상처인 것이다. 근데 알면서도 난 그 잔소리를 멈추기 힘들다. 차라리 첨부터 잘 못하면, 욕심이 없는 것 같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 라는 생각과 2%가 부족한데 이것만 채우면 될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더해져 더 그러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의 입버릇 중 하나가 "미안"...


 난 분명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는 건데, 나쁜 엄마인 건가... 싶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사춘기 탓을 한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사춘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힘들게 하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아직은 이지만... 하지만 한 번씩 큰 소리가 나게 되고,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다.(나름 심하게 반항할 때가 있다.) 그래 이게 사춘기이지... 나처럼 하지 않아 주는 게 어디야 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로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오늘은 ‘그 정도면 잘했어’라고 해줘야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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