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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무 Feb 07. 2022

[Lv.7]우연히 만난 대표님이 창업을 떠먹여 주었다.

 우연히 소개받은 가구공장 대표님과 메신저 단톡방이 생겼다. 그때도 여전히 우리는 인테리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계약한 상가의 도면을 전달하고 어떻게 셀프로 진행할 계획이었는지 말씀드렸다. 메신저의 1이 없어진 지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대표님의 속마음은 이런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이 친구들 진짜 큰일 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친구들이 이대로 두면 어디 가서 사기나 당하겠구나.'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도착한 답장은 소환이었다. 도저히 문자로는 우리들과 미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김포에 우리 가구 공장과 사무실이 있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면 와보실래요?"


 창업에 전혀 이해도가 없는 상태라 부르신 건데, 해맑은 우리들은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메신저로 말씀드린 콘셉트가 좋아서 가구 공장으로 가구 고르러 오라는 줄 알았다. 무슨 색 가구가 예쁠지 철없는 얘기를 하며 신나게 찾아갔다. 서울에서 김포 가구 공장까지 편도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당연히 자차로 올 줄 알고 부르셨지만, 롱 패딩을 입은 애들 둘이서 지하철, 광역 버스, 택시까지 총동원해서 찾아갔다. 심지어 그날은 뉴스에 한파 특보가 나올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몸이 덜덜 떨려 턱이 아플 지경이었고 지도를 보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면 손이 갈기갈기 찢어질 듯했다. 그래도 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분이라 씩씩하게 웃으며 찾아갔다.


 코를 훌쩍이며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나보다도 훨씬 작은 체구의 여성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따뜻한 차를 끓여주셨다. 달짝지근한 차를 마시며 얼어붙은 몸이 조금씩 풀릴 때쯤 대표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밤을 새운 사람처럼 부스스한 머리에 후줄근한 옷을 몇 곂 씩 껴입고 있었는데, 눈 빛만은 반짝반짝거렸다. 실제로 사무실에서 잠도 안 자고 3일 동안 설계만 하셨다고 했다. 풍겨오는 전문가의 기운에 조금 기죽은 채로 스터디 카페 창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마디 들으시더니 미팅에서 강연으로 바로 방향을 바꾸셨다. 이틀 이상 깨어있으신 상태였는데 지치지도 않는지 3시간이 넘도록 이것저것 필요한 부분을 알려주셨다. 인테리어의 기초를 알아야 적어도 어디선가 사기를 안 당한다며 진심 어린 걱정과 함께 말이다.                                               

                                                                    

 가장 머릿속에 남았던 말은 인테리어는 종합 예술이라는 점이었다. 모든 분야가 하나로 합쳐져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는 건데, 우리가 진행하려는 것처럼 분야별로 따로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려면 적어도 종합 관리를 할 총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총감독은 어디서 구할 것이며, 각 업체를 직접 고른다는 것도 너무 모험적이었다. 대표님은 인테리어 분야에서 다년간의 노하우와 경력이 있었고 스터디 카페 전문 가구를 제작하는 공장도 가지고 있어서 세심하고 전문적이었다. 당장 계약을 해야 할 것처럼 마음이 기울었다. 심지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상가 도면에 맞게 무료로 설계도도 그려준다고 하셨다. 본인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설계도는 있어야 다른 업체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따뜻한 걱정도 해주셨다. 설계도는 현재 상가에 최대한으로 몇 좌석을 넣을 수 있을지 배치하는 작업이라 수익과도 직결된다. 소방법이나 이동 동선까지 고려하는 몇 백만 원의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하나가 있었다. 대표님이 미팅 마지막까지 하시던 말씀이었다.


 "스터디 카페 예쁜 거 다 필요 없어요. 공부하기 좋은 가구 그거면 충분해요. 최근에 알게 된 사장님도 80평 대 스터디 카페 공사를 젊은 인테리어 업체에 맡겼거든요. 인스타 카페처럼 아주 이쁘게 공사하고 망해가고 있어요. 듣기로는 월 매출이 300도 안 나올 거예요. 그게 다 이쁘기만 하면 그런 거예요. 공부하기 편하지 않은 구조, 기능성 없는 가구, 동선마저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예쁜 것만 찾아다니는 '블로거 나'로서는 예쁨은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스터디 카페와는 다른 감성적인 카페형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쫄딱 망했을 기획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중요한 말씀이었는지 알지 못한 채 젊은 인테리어 업체를 하나 소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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