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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무 Feb 04. 2022

[Lv.6]셀프 인테리어를 만만하게 보지 말자.

 춥고 다리가 후들거렸던 상가 찾기가 가장 힘든 단계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오히려 부동산은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라도 있지 인테리어 세계는 글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그 당시에 내가 생각하는 인테리어란 자취방 벽지에 예쁜 엽서를 붙이고, 이케아에서 사 온 가구를 조립하는 정도였다. 한 번은 혼자 목공용 장갑을 양손에 끼고 침대 옆 조립식 탁자를 뚝딱뚝딱 만든 적이 있었다. 육각 렌치로 나무 기둥을 조립하고, 사포로 마감이 거친 부분을 긁어냈다. '여자 혼자 셀프 인테리어 하기'라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굉장히 뿌듯해했다. 금손이라며 칭찬해 주는 댓글들은 자신감을 충분히 충전해 주었고, 그렇게 재능이 있다고 확신하며 스터디 카페 셀프 인테리어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요즘은 모든 것을 유튜브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어플을 켜서 검색부터 했다. '스터디 카페 셀프 인테리어로 시작하기', '스터디 카페 3천만 원으로 창업하기', '혼자서 성공한 20대 청년 창업 이야기' 이런 영상들을 보고 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성비 좋고 예쁜 감성 스터디 카페를 만들어 보겠다는 열정으로 타올랐다. 게다가 기존 스터디 카페는 다 비슷하게 생겼으니 셀프 인테리어로 나만의 감성을 넣으면 색다른 스터디 카페가 탄생할 것 같았다. 내 손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니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셀프 인테리어 영상들은 이미 인테리어에 경험이 많은 분들의 작업 과정이었다. 나처럼 인테리어가 벽에 페인트 칠하면 끝인 줄 알았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 우리의 열정과 추진력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편이라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벽에 페인트 칠을 하겠다고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스터디 카페로 운영할 30평대 공간이고 실내 페인트칠을 하려고 합니다. 색상은 화이트 컬러에 포인트는 초록색으로 하고 싶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머릿속이 멍해지는 답변이었다.


 "전기 공사하시고 가벽까지 세우신 거죠? 페인트 필름 작업만 남은 건가요? 색상 선정하려면 가구 설계도랑 이미지도 봐야 합니다."


 이 대답을 듣고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슨 말이지?'였다. 일단 전기 공사를 따로 해야 하는지 몰랐고, 가벽을 왜도 세우는지 몰랐고, 페인트는 아는데 필름이 뭔지는 몰랐다. 당연히 설계도도 없었다. 일단은 벽에 페인트칠하는 작업이 지금 순서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이런 걸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혼란에 휩싸였다. 인테리어도 작업 순서가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무엇보다도 가벽이라던지, 필름이라던지 용어조차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유튜브나 책으로 공부를 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IT를 전공한 공대생 커플이 컴퓨터만 뚱땅거리다 인테리어를 셀프로 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일단 일반적인 인테리어는 목공 작업이 첫 순서라기에 목공 업자에게 연락했더니 전선 작업이 끝났는지 물었다. 그래서 전기 업체에 문의했더니 설계가 끝났는지 물었다. 설계는 누가 해주는지 몰라서 가구 업자에게 물어봤더니 설계도를 가져와야 가구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그럼 나는 어디에 연락해야 하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스터디 카페가 일반적인 인테리어와는 다르게 가구의 비중과 중요도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었다. 가구 설계에 따라 전기 작업, 목공 작업, 에어컨 위치 등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터디 카페는 책상마다 스탠드를 설치해야 하는데, 책상 위치에 대한 정확한 설계도가 있어야만 전기 작업을 할 때 깔끔하게 선을 연결할 수 있다. 에어컨도 아무 위치에나 설치하면 특정 자리가 덥거나 추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여기저기 연락을 해보다 우연히 한 전기 업체 사장님과 통화를 한 날이었다. 사장님이 우리 상황을 듣더니 지금 업체에 전화만 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시작하는 법부터 제대로 배워야겠다며 본인이 아는 가구 공장 대표가 있다고 대뜸 연락처를 주었다. 우연히 받은 소개는 ‘사장님’라는 부캐를 만들어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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